수입차 견인하던 `디젤車`, 잇따른 문제에 고객·업계 모두 `외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5·2016년 1~4월 디젤 수입차 판매 현황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을 견인해온 디젤 승용차 시장이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수입차 시장 73%가량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시장점유율이 63%대로 하락한 것이다. 이에 수입차 업체는 신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배제하고 있다. 또 한국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까지 배출가스 임의설정 혐의를 받으면서 디젤차 수요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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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 콤팩트 SUV `캐시카이` (제공=한국닛산)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판매된 디젤 승용차는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4만9753대로 집계됐다.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68.4%에서 0.7%포인트 감소한 67.4%를 기록했다. 특히 올 4월에는 디젤차의 수입차 점유율이 올해 최저치인 63.5%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디젤차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던 11월(73.3%)보다 9.8%포인트가량 줄어든 규모다.

디젤차는 수입차 시장을 이끌어온 주력 차종이다. 최근 5년간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2011년 3만6931대, 2012년 6만6671대, 2013년 9만7185대, 2014년 13만3054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인 16만7925대가 판매되며 시장점유율 68.8%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디젤 수입차 판매량은 급감했고 수입차 시장 전체 규모도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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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로고

전문가들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 판매가 줄어든 원인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디젤게이트 발생 직후인 지난해 10월 폭스바겐 판매량은 전월 대비 67.4% 감소한 947대에 불과했다. 같은 그룹의 아우디 판매량도 전월 대비 27% 줄어든 2482대에 그쳤다. 여파는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다른 독일 브랜드에도 미쳐 같은 달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각각 전월 대비 14.2%, 10%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60개월 무이자 할부, 10~20% 할인판매 등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실적을 회복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디젤게이트로 고객이 `클린디젤`을 표방하는 수입 디젤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데 이어,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요 자체가 줄었다. 또 환경부가 지난해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인증기준 위반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최대 10억원(매출액 3/100)에서 최대 100억원으로 상향해 수입차 업체의 부담도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올해 신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배제하고 있다. 실례로 폭스바겐 `파사트`와 아우디 `A4` 신모델은 가솔린 모델만 출시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우선 가솔린 모델을 출시하고 디젤 모델은 향후 상황을 보고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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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4년 1~4월 디젤 수입차 판매 현황 (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게다가 한국닛산 디젤 SUV `캐시카이`가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불법 조작 혐의까지 받으면서 디젤 수입차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조사 결과 캐시카이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가 흡기온도 35도에서 작동이 멈추도록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실내인증 기준(0.08g/㎞)보다 20.8배 많았다. 이에 대해 캐시카이를 구입한 일부 소비자는 한국닛산과 국내 딜러사를 대상으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가 연료가 싸고 연비가 높은 디젤차를 여전히 선호하고 대안도 뚜렷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디젤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차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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