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그린카진흥원의 임원 선임 여부를 놓고 광주시와 현대·기아차그룹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광주시가 현대·기아차 임원 출신 원장과 본부장 사퇴를 종용하거나 재임용을 거부하면서 감정다툼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100만대 생산 도시 구축과 중국 주룽차 유치 등 광주시의 주력사업이 삐걱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광주자동차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공모 절차가 진행된 광주그린카진흥원 총괄본부장에 윤장현 광주시장 측근으로 분류된 A씨가 낙점됐다. A씨는 자동차산업과는 직접 연관성이 없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초 연임이 유력시된 김홍엽 전 광주그린카본부장은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김 전 본부장은 기아자동차 상무 출신이다.
이번 공모는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앞서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지난달 신임원장 선임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광주시가 업무 추진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온 현대·기아자동차 임원 출신 오영 전 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열음이 났기 때문이다.
오 전 원장은 3년 임기의 절반을 남겨 두고 사직서를 냈다. 통상 기관장은 업무 파악과 네트워크 구축에 1년여가 걸리기 때문에 제대로 일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진흥원이 광주시 및 유관 기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정부사업 수주 등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오 전 원장은 광주시의 사퇴 압박을 공론화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기관 임원급 인사들이 ?겨나듯 떠나면서 현대·기아차그룹과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 출신들은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 가교 역할을 하던 선배들의 말로를 지켜보면서 지자체 산하 기관 자리를 외면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실제 지난달에 진행된 광주그린카진흥원장 공모에는 단 한 명만이 지원, 현재 재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후원하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광주차세대전장센터, 자동차부품연구원, 지역 중소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시가 출연한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윤장현 광주시장의 핵심 공약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 조성 등 광주자동차산업의 컨트롤타워다.
현대·기아차그룹 출신인 B씨는 “광주그린카진흥원장에 이어 연임이 확실시되던 본부장직까지 잇따라 낙마한 데다 윤 시장 캠프 출신 인사가 선임되면서 현대·기아차와의 소통 단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솔직히 말해서 지자체 입김이 강하고 임기 보장이 안되는 기관에 대기업 출신 인사가 지원하려 하겠느냐”고 냉담한 분위기를 전했다.
광주그린카진흥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C씨는 “이번 공모는 광주자동차산업 육성전략 등을 소개하는 PT 발표 등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진행됐다”면서 “일부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특정 인사를 염두해 둔 공모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그린카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원장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신임 본부장은 이번 주 업무 보고와 현황 파악에 이어 다음 주부터 정식 출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