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th 칸 리포트㊳] ‘아가씨’ 김민희 “결국 관객 움직이는 건 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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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J 제공

배우 김민희가 영화 ‘아가씨’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그 작품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점, 그리고 신인 배우 김태리와 동성애 코드를 담은 파격적인 노출 신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 칸 제이더블유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아가씨’ 한국매체 인터뷰에서 만난 김민희는 시차 적응도 하지 못한 채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지쳐보였다. ‘아가씨’에서 선보였던 히데코의 잔상이 남아있는 탓인지, 차분한 귀족 아가씨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칸에 와서 아직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더 그렇죠. 상황에 맞게 행동하려 노력했는데, 안에서는 정신없었죠. 그래도 티를 내지 않으려 했어요. 많은 분들이 보고 있으니까 여유를 잃지 않으려 했어요. ‘아가씨’도 처음 보게 되는 거라 긴장을 많이 했었죠.”

김민희는 극 중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진하고 외로운 귀족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았다. 한없이 순수하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어떤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진실성이고 진심에 가까워야 한다 생각해요. 물론 기술 등도 필요하죠. ‘아가씨’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은 1부에서 3부까지 나뉘는 과정에서 감정이 계속 변하는데, 다른 목표에 도달하는 그런 감정들이 되게 중요하다 여겼어요. 순수한 부분도, 아닌 부분도 히데코가 가지고 있는 모습 중 하나라 생각해요. 즉흥적으로 다른 감정들이 충돌하는 지점들이 되게 좋았어요. 그런 섬세한 부분들을 잘 표현해서 관객들에게 이해를 받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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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는 신인 김태리와 동성애 코드를 담은 파격적인 정사 신을 선보였다. 이성과 아닌 동성 간의 사랑이라 거부감이 들 법도 했지만, 김민희와 김태리에게서 그런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물의 성별을 나눠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분리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제 생각보다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죠.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로 받아들여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죠. 베드신의 캐릭터 콘티가 정말 정확하게 나와 있었어요. 게다가 김태리는 같이 연기하는 배우로서 부족함이 전혀 없었어요. 호흡도 잘 맞았고 좋았죠. 그래서 고마운 부분도 있어요. 신인 배우와 연기를 하면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점이 없었거든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찬욱 감독만의 스타일을 경험한 결과였다.

“다양한 작품의 기회가 온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죠. 배우로서 많이 성숙해져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하는 것이 즐거워요. 박찬욱 감독님은 본인만의 뚜렷하면서도 특이한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올드보이’부터 쭉 이어지는 그런 것들이 감독님만의 스타일이죠. ‘아가씨’를 통해 그런 것들이 잘 보여지는 것 같아요. 후에 다른 작품을 할 때 이번의 경험이 연기자로서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경험을 통해 발전하고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6월1일 개봉 예정.


칸(프랑스)=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