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특별법 제정,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수자의 목소리도 담아야”

오일석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 전문경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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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석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 전문경력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여·야가 피해자 배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 일각에서는 지금 법체계로도 불법행위나 손해배상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어 특별법의 제정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별법의 제정과 관련된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오일석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 전문경력관은 “국회도서관의 공식적인 입장과 관련 없는 개인적 견해”라고 밝히며 “특별법은 일반법의 예외적인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제정하는 것이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핵심 내용과 쟁점에 대해 진중한 논의를 거쳐 소수자의 목소리도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전문경력관은 ‘(일명)김영란법’, ‘유통산업발전법’, ‘헌법재판소법’ 등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법률의 국회 입법과정을 자세히 소개한 ‘입법과정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최근에 출간했다.

오일석 전문경력관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해 특별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우선 특별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법률은 효력범위가 일반적‧보편적 사항에 관한 것인가 또는 특수한 사항에 관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일반법과 특별법으로 분류됩니다. 일반법은 사람, 사항, 장소 등에 대해 일률적으로 넓은 효력범위를 갖는 반면 특별법은 목적에 따라 특별한 사람, 사항, 장소 등에 대해 적용됩니다. 하지만 ‘특별법 우선의 원칙’으로 인해 특별법이 일반법을 우선합니다.
특별법은 일반법의 예외적인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제정하지만 우선적으로 일반법의 규정이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특별법은 제정 과정은 일반법과는 다른가.
▲ 특별법도 통상적인 입법 절차를 따릅니다. 만약 옥시 특별법이 발의 또는 제출된다면 소관 위원회에 회부되고, 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상정, 제안자 취지설명, 전문위원 검토보고, 대체토론, 소위원회 심사, 축조심사, 찬반토론을 거쳐 의결합니다. 위원회 심사를 마친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고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옥시 특별법은 제정법률안이기 때문에 공청회나 청문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지만 위원회 의결로 이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출된 의안 각 조항을 일일히 낭독하면서 조항별로 의결하는 축조심사는 꼭 거쳐야 합니다.

- 특별법 제정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 것으로 보는가.
▲ 옥시 사태처럼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에 대해 여야의 합의가 있는 경우 상당히 조속한 시간에 입법이 이루어 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19일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 이후 11월 7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바 있습니다. 쟁점이 많은 법은 제정되는데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6개월은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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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과정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 입법은 모든 사회 현상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인들의 주장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논의되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2013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농협하나로 마트와의 형평성도 논쟁 거리였습니다. ‘예술인 복지법’도 예술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예술인을 근로자로 의제하고 고용보험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인 복지 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까지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의 반대 등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부분이 삭제돼 통과된바 있습니다.

- 입법과정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는 없나.
▲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주장이 대립하고 논의됩니다. 그러다보니 비효율적이고 비용증가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입법과정은 정치적 대화의 과정이므로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강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규범 생성자인 국회가 구성원 전체의 합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회도 입법과정에 있어 효율적인 운영으로 국민들로부터 보다 큰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물론, 세월호 관련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가 2 + 2 혹은 3 + 3 협의체를 구성해 보다 효과적이고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나아가 국회는 국민의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법률안의 입안단계부터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법률안은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입법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봐달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국민들이 입법과정에서 관심 있게 살펴봐야할 부분이 있다면
▲ 입법과정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꼭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능통한 식견을 가진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운영됩니다.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다양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합의에 이르는 입법 과정의 생생한 현장성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입법과정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면서 입법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이들을 위한 교재나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국회 입법과정에 대해 ‘국회법’, ‘국회법 해설’, ‘법제실무’ 등의 좋은 책자가 있지만, 딱딱하고 건조한 교과서 형식이라 쉽게 접근하기 힘듭니다. 이번에 발간한 책에는 ‘김영란법’, 간통죄 위헌 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고자 했던 ‘헌법재판소법’, ‘예술인복지법’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법률의 입법과정을 사례로 모아, 그 생생한 현장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slle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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