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은 악당보다 더 악명 높은 사설탐정 홍길동(이제훈 분)이 20년 전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가 거대 조직 광은회의 음모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제훈은 ‘파수꾼’ ‘고지전’ ‘점쟁이들’ ‘건축학개론’ ‘파파로티’ 등에서 언제나 새로운 모습의 캐릭터를 보여줬다. 이번에도 조성희 감독 특유의 동화적인 느낌이 가득한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3년 전 그가 ‘탐정 홍길동’의 대본을 받았을 때 그는 시나리오와 감독에게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만화영화 같았어요. 조성희 감독님의 ‘남매의 집’ 같은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이 상업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어서 반가웠고,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감독님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감독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감독님이 어떤 색깔의 미장센을 보여줄지 기대가 됐죠.”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이제훈의 조성희 감독에 대한 예찬은 뜨거워졌다. 이제훈은 단순히 한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것을 넘어서 감독의 세계를 지지하고, 나아가 한국 영화 발전에 대한 의견을 보탰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감독님의 세계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고, 제가 좋은 매개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이렇게 과감한 시도를 하는 영화가 한국에 많이 없잖아요.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서 이런 작품이 꾸준하게 나와 줬으면 좋겠고, 이 영화를 보고 영화인을 꿈꾸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조성희 감독이 완벽하게 구상해 놓은 그림을 이제훈은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감독에 대한 믿음과 애정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감독님은 홍길동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왜 그런 몸짓을 하는지 미리 다 생각해놓고 계세요.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 걱정될 때가 많은데, 감독님께 많이 의지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 가장 편하게 찍은 것 같아요. 촬영 후 편집본을 보면서 더 마음을 놓게 됐고, 왜 조성희 감독님을 충무로가 사랑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특히 이 영화의 핵심인 주인공의 안티 히어로적인 요소는 영화를 더욱 신선하게 만든다. 정의감과 신념이 없는 인물이 아이들로 인해 점점 변해 가며 영웅이 되어 가는 모습은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홍길동은 할리우드 잭 스나이더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야기처럼 개인적인 결핍을 극복하면서 영웅으로 성장해요. 설정이 정말 독특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세계를 한 편으로 마무리 짓기에는 너무나 아쉽잖아요.”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