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과학기술전략회의 첫 주재]“출연연, 산·학 연구와 명확히 구분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의 민간 연구개발(R&D) 영역 침범을 질타했다. 출연연은 대학이 해야 할 기초연구나, 기업의 사업화 연구에 눈 돌리지 말고 10년 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천연구에 집중하도록 아예 선을 그었다. 출연연 개혁 방향으로 연구 영역 명확화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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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 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주재한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일단 민간에 맡길 것은 과감하게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중장기 기초 원천기술과 민간 투자가 어려운 분야에 집중하는 역할 부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상 출연연에 어정쩡한 민간 연구영역을 넘보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산업계 패러다임을 바꾸는 첨단·융합·협력 연구와 실패 위험이 높은 도전적 연구의 시행착오 비용을 부담하겠다며 그 역할을 출연연에 지울 것임을 밝혔다.

기업과 학교 역할도 명확히 재조정했다. 대학은 기초연구를 확대하고, 기업은 상용화 연구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우리의 추격형 R&D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국가 R&D 정책방향과 혁신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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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 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청와대>

국가가 신속하게 전략적으로 집중 지원해야 하는 R&D 사업은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한다. 불확실성이 큰 반면에 혁신성이 높은 기술 개발 전담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전략프로젝트는 정부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하향식 의사결정을 통해 국가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민관이 협업해 추진함으로써 기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서 “앞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술 주기와 세계시장 흐름에 맞춰 상시적으로 전략 분야를 발굴, 기획하는 체제를 갖춰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국가전략프로젝트는 차기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심의·확정 후 착수된다.

박 대통령은 연구자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되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지금까지 통상 100쪽 이상 제출해야 했던 정부 과제 연구계획서는 5쪽 이내로 간소화된다. 공무원의 연구자 간섭도 줄인다. 하지만 책임 면에서 대학은 부정 사용 관련 징계 항목을 신설하고, 출연연은 공무원에 준하는 임직원 징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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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 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참석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자료:청와대>

박 대통령은 “연구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면서 “연구자들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작은 부정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진행에 앞서 “모든 회의가 의미가 있고 중요하지만 오늘 이 회의는 특별히 의미가 큰 회의”라며 첫 번째 과학기술전략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 위기 돌파구로 `과학기술`을 지목했고, 관련 R&D 대혁신을 통한 재도약을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연구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할 맛 나는` 그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지원할 것은 충실히 지원하되 불필요한 간섭은 적극 줄여 나가겠다”며 R&D 규제개혁 계획을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