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선수 뺏긴 `핀테크 허브`...비자카드 이노베이션센터 구축

세계 최대 결제 프로세싱 기업 비자카드가 핀테크 육성 허브지역으로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를 최종 선택했다. 핀테크 강국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은 싱가포르에 선수를 빼앗겼다.

아시아 지역 핀테크 허브로 싱가포르가 낙점되면서 벌써부터 아시아 유망 핀테크 기업이 비자카드와 협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와 업계는 이 같은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핀테크 해외 진출`을 외쳤던 구호도 색이 바랬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자카드가 최근 아시아 최초로 싱가포르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하고 핀테크 육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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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카드프로세싱 1위 기업 비자카드가 싱가포르에 핀테크 허브 역할을 하게 될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했다. 내부 전경 모습(자료제공-비자카드)

약 7000㎡에 달하는 이노베이션센터는 고객사, 협력사, 개발자들이 싱가포르 전역에서 비자 전문가와 함께 차세대 상거래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한다. 미래 핀테크 사업 육성을 위해 스타트업과 상생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비자카드는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다른 지역에도 이노베이션 센터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협력사들은 비자 개발자 플랫폼(Visa Developer Platform)을 통해 비자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사용할 수 있다. 비자 기술자와 경제 전문가로 구성된 직원이 실시간 상주한다. 세계 모든 비자 협력사를 도와 시장 적합성에 맞는 결제 및 상거래 솔루션을 구축해 아시아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번 이노베이션 센터 개설은 한국뿐만 아니라 핀테크 사업 육성에 참여한 상당수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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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센터 내부 모습(자료제공-비자카드)

결제 프로세싱 최다 기업인 비자카드가 사실상 핀테크 동맹 정책을 펼치면서 아시아 전역에 새로운 핀테크 연합전선이 펼쳐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한국도 글로벌 IT기업과 API 공유, 정부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간편 결제와 송금 등 집중 육성 분야에 결제 프로세싱 기술 공유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비자의 최종 목표는 결제 업계가 플라스틱 카드에서 디지털 카드로 전환이다.

신규 업체가 기존 결제업체와 경쟁하면서 인터넷이 연결된 모든 기기에서 안전하게 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미션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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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센터 내부모습(자료제공-비자카드)

베 스완 진(Dr Beh Swan Gin)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의장은 “협력 기업을 위한 최첨단 기술, 최신 앱과 사업모델 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비자는 싱가포르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포함한 보다 폭넓은 기업생태계와 협력할 계획이며 센터 오픈을 통해 혁신 중심지로 싱가포르를 핀테크 허브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크리스 클락 비자카드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아태지역의 기술혁신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점차 커지는 결제시장에 뛰어드는 모든 기업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이노베이션 센터 공식 출범을 통해 아태지역 국가에서 전 세계에 선보일 창조적인 최첨단 모바일 디지털 경험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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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 이노베이션센터 내부모습(자료제공-비자카드)

매트 딜 (Matt Dill) 비자 싱가포르 이노베이션 센터 혁신 전략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은 “비자는 고객과 협력사가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물리적, 상징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밀집돼 있는 스마트 도시 중 하나인 싱가포르는 기술과 금융의 가상적 교차점에서 그 둘의 융합을 현실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전 세계 핀테크 관련 투자액은 75% 증가해 220억달러에 달했다. 아태지역에서 투자액은 4배이상 늘어나 43억달러에 육박했고 이 중 대부분은 중국 (19억7000만달러)과 인도(16억5000만달러)에서 투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