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 또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손잡고 일궈낸 `가족` 핀테크 기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핀테크 업계 따르면 금융업 또는 벤처업에 종사해왔던 아버지의 노련함과 2030세대 자녀의 기발함을 더한 핀테크 기업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핀테크 보험서비스업체 마이리얼플랜은 김창균 대표와 아들 지태씨가 공동창업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하고 있다. 마이리얼플랜은 자체 개발한 보험분석시스템으로 좋은 보험을 선별해 설계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다.
김 대표는 원래 보험이 아닌 IT솔루션 전문가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출신으로 1998년 국내 최초 내장형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아이지시스템`을 설립한 창업 1세대다. 창업 후 10년간 연매출 800억원을 달성하는 중견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키코(KIKO: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빚덩이를 짊어지고 파산한 그는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던 보험판매대리점(GA)을 운영하면서 보험설계사와 소비자를 투명하게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준 건 아들 지태씨였다.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아버지를 보며 지태씨는 미국 유학 중 `금융공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귀국길에 올라 전공을 바탕으로 보험 상품 데이터를 축적하고 마이리얼플랜 기초가 된 맞춤형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내가 무너지는 걸 보며 아들이 뒤늦게 금융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더라”며 “핀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데 아들의 용기가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뉴지스탁은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거래시스템을 탄생시킨 아버지와 회계법인을 다니던 아들이 공동대표다.
아버지인 문홍집 대표는 국내 증권사 최초의 HTS(홈트레이딩 시스템)인 대신증권 `사이보스`를 개발한 금융공학 전문가다.
문 대표는 당시 사내 IT를 담당하며 대신증권 부사장과 계열사 대표까지 지냈다. 아들 경록씨는 유명 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뉴지스탁에 합류해 경영, 마케팅, 영업을 지휘하고 있다.
P2P 대출업체 8퍼센트 이효진 대표의 아버지 이익기 전 우리카드 전무는 8퍼센트 고문을 맡았다. 아버지와 딸 모두 우리은행에서 근무한 정통 금융맨이란 공통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나 금융 쪽에서 뼈가 굵은 아버지를 보고 자란 자녀들이 새로운 핀테크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 같다”며 “가족 간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끌어가는 힘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