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는 과거 자신의 SNS에 모든 과목을 A+ 받은 평점 4.5의 대학교 성적표를 공개한 적 있다. 공부 잘하는 여대생이었던 그가 음악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중학생 때부터 힙합을 막연히 좋아했다가 고등학생 때부터는 혼자 가사를 쓰기 시작했고 그게 제 취미가 됐어요. 어느 날은 대학교 수업 시간에 몰래 가사를 쓰다가 교수님에게 걸려서 수업 끝나고 연구실로 오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워낙 무서웠던 교수님이라 혼날 각오를 하고 갔는데 ‘학교는 나중에 노인대학교도 갈 수 있는데 당장 네가 하고 싶은 일은 지금 아니면 못한다’며 제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 교수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계속 장다혜로 살고 있었겠죠.(웃음)”
꿈이 없었던 헤이즈는 자신의 진로를 음악으로 결정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아끼는 막내딸이 안정적인 일상을 살기 바랐지만 헤이즈의 독한 결심 앞에 아버지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제가 공부를 원래 잘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제 성적을 가지고 딴죽을 거셨어요. 그래서 성적으로 보여주자는 오기가 생기면서 죽을 각오로 공부해 수석을 차지했죠. 아버지께 성적표를 드리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걸 이만큼 해냈다’고 말하니까 결국 아버지께서도 허락을 해주셨어요.”
음악과 관련해서는 프로 의식이 투철한 뮤지션 헤이즈지만 일상생활 또는 팬들과 함께 할 때는 그저 떡볶이 좋아하는 20대 여성 장다혜로 돌아간다. 그는 SNS와 팬 카페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나눌 정도로 팬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특히 팬미팅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행사를 개최할 명분까지 만들었다.
“제가 정말 팬미팅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명분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벤트를 하나 하는 중인데 ‘니가아니면돌아오지마’라는 SNS 해시태그가 777개 달성이 되면 팬미팅을 열겠다고 했어요. 많은 분들이 참여는 해주시고는 있지만 ‘니가아니면’과 ‘돌아오지마’를 붙여야하는데 따로 써주신 분들이 많아서 안타까워요.”
단순한 여성 래퍼에서 실력 있는 감성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고 있는 헤이즈. 그는 ‘언프리티 랩스타2’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너무 투명하지도 검지도 않은 연회색 같은 자신만의 색깔로 대중들 앞에 서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제 올해 목표는 아티스트 헤이즈의 색깔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거였는데 이번 앨범을 내면서 1%는 달성했어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저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더 많이 들려주고 제가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인지 연상될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