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세대 친환경차 연구개발(R&D) 사업에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올해부터 수소전기버스 핵심 기술과 1톤급 경상용 전기자동차 개발 사업이 시작되지만 대기업이 사업을 주관하는 것이 원천봉쇄되면서 `절름발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그린카, 화학공정소재, 산업용기계 등 일곱 개 분야 `2016년 제2차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신규 지원 계획을 공고했다.
올 상반기에만 143억원이 지원되는 이번 사업에는 그린카 세 개 과제 등 총 21개 과제가 포함됐다. 그린카 세부 과제는 △도심주행용 수소전기버스 핵심 기술 개발 △1톤급 경상용 전기자동차 개발 △이동형 충전기 통신 인프라 및 전기안전표준 개발이다.
이 중 수소전기버스와 경상용 전기자동차는 과제 주관기관이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됐다. 이들 과제를 중소·중견기업이 총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기업도 과제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성능 테스트 등 제한적 역할만 가능하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이 대형 수소연료전지 핵심 기술과 경상용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가 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구체적 스펙을 제시하고 공동 개발하지 않는 한 세계 수준에 걸맞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스택과 수소연료 탱크 등 핵심 부품은 현대·기아차도 20년 이상 걸려 완성한 기술이고 최근에야 양산에 성공한 수준”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이 이 과제를 주관해 독자적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 대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배정 단계에서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대기업 지원이라는 정치적 논리와 함께 주력 산업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는 추세와 연관된다.
산기평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이 과제를 주관하더라도 대기업 참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이 참여해 성능 테스트 등 역할을 수행하도록 과제 확정 단계에서 보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능 테스트에만 수년이 걸리는 차세대 자동차 부품 기술 특성상 대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중견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완성차 대기업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공동 연구개발로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기평 관계자는 “국가 연구개발 자금을 대기업에 직접 지원할 때 불법 보조금 등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대기업 참여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향후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사업 확정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