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2분기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투자를 시작한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앞당겨진 투자다. 핵심 공정 장비인 유기물 증착장비 수급 문제를 해결하면서 선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구미 E5 라인용 플렉시블 OLED 장비 투자를 시작한다.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늦어도 올 상반기에는 설비 발주에 나선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경북 구미 E5 라인, 내년 상반기 경기도 파주에 각각 플렉시블 OLED 설비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능력은 구미에 월 7500장, 파주에 월 1만5000장 규모다. 올해 구미 라인에 약 2조원 규모 설비를 투자한다. 내년 파주 라인까지 합치면 총 투자 규모는 3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연내 플렉시블 OLED 설비 투자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핵심 공정 장비인 유기물 증착 장비를 일본 도키에서 공급받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앞으로 약 3년 동안 물량을 선점, 장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도키와 필요한 물량 가운데 일부를 공급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키 장비는 내년에 투자를 시작하는 파주 라인에 입고될 것으로 보인다.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카티바 장비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만간 투자를 시작하는 구미 라인은 국내 장비를 사용한다. 선익시스템이 유기물 증착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구미 E5 라인에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아직은 애플과 차세대 아이폰용 패널 공급 계약 논의 단계여서 당장 스마트폰용보다 자동차용 패널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주에 도입할 6세대 설비에서는 스마트폰용 패널을 주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용 제품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과 기술 협의를 마치고 하반기께 정식 공급 계약을 맺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5세대 조명용 OLED 라인 투자도 시작한다. 자동차에 공급할 플렉시블 OLED 조명 양산이 목표로, 건축용 OLED 조명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플렉시블 OLED 설비 투자에 나섬으로써 삼성디스플레이와 격차를 좁히고 중국 패널 제조사와 간극을 넓힐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플렉시블 OLED용 설비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 규모가 상당한 데다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 공급 경험까지 풍부한 만큼 앞으로 중소형 OLED 시장을 선점할 토대를 갖췄다.
LG디스플레이는 투자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 OLED TV용 패널 시장은 선두지만 중소형은 기술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애플에 IPS LCD를 공급하는 1차 공급사지만 OLED 패널로 바뀌면 1차 공급사 지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내줘야 한다. 최대한 투자 및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처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조명용 OLED를 비롯한 전체 OLED 설비 투자 규모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설비 투자를 집행하면서 관련 장비 기업의 대규모 수주도 예상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선익시스템, 비아트론, LIG인베니아 등이 증착·봉지장비를 공급할 전망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