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구 기관이 기술료 수입 가운데 10%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기술료 재투자 현황에서 지난해 출연연 72%가 규정을 어겼다. 한 푼도 재투자하지 않은 곳도 11곳이나 됐다. 정부 방침을 정부 출연기관에서 `휴지조각`처럼 사문화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재투자하지 않은 돈의 사용처는 더욱 가관이다. 대부분 기여자 보상금으로 사용하거나 기관 운영경비로 썼다. 몇몇 출연연은 기타항목으로 분류, 사용처를 아예 적시하지도 않았다.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규정을 살펴보면 기술료가 출연연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지 않다. 수익 50%를 연구원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좋은 상업성 기술을 개발하면 연봉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나머지는 지식재산권 관리와 같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기껏해야 10%만 기술사업화에 재투자하면 된다. 최소한의 금액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출연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한 해 19조원이 넘는 예산을 R&D에 투자한다. 앞선 기술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는 명제 때문이다. 정부 출연기관이 출범한 뒤 지난 50년 동안 성과도 적지 않았다. 반도체, 휴대폰, 전자제품 등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은 것도 씨앗 역할을 한 정부의 R&D 자금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출연연이 방만해지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19조원을 투입해도 기술료로 고작 몇백억원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다. 그런 쥐꼬리만 한 기술료 수입마저 무의미하게 소진됐다니 할 말이 없어진다.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정부는 기술료 사용 실태를 시작으로 방만한 출연연 경영을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 국민 세금과 직결되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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