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공정에 새로 도입한 블랙컬럼스페이스(BCS)를 당분간 적용하지 않고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난 1분기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면서 수율이 급감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기술 완성도를 높여 내년부터 다시 적용할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중국 쑤저우 생산법인에 새롭게 도입한 BCS를 생산라인에서 걷어내기로 했다. 기존 생산 기술방식으로 회귀하면서 신공정 도입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BCS는 픽셀 사이사이를 채우는 블랙 매트릭스(Black Matrix)와 상하 유리기판 간격을 유지하는 칼럼 스페이서(Column Spacer)를 하나로 합친 새로운 소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상판에 노광을 하지 않고 바로 하판 TFT 위에 컬러필터를 얹는 COT(혹은 COA)(Color Filter on TFT Array) 공정을 도입하면서 BCS를 도입했다.
COT 공정은 상판과 하판에 각각 노광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하판에만 노광을 적용해 포토마스크 공정 수를 줄일 수 있다. 컬러필터와 유리기판 사이 간격을 좁히면 화소 투과율이 높아져 패널 소비전력도 줄일 수 있다.
기술 난도가 높지만 포토마스크 재료비를 줄일 수 있고 공정 수도 줄어들어 생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LCD 원가를 절감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COT 공정과 새로운 BCS를 생산라인에 도입했다. 하지만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분기 동안 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기존 방식대로 LCD 패널을 양산키로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LCD 사업에서 영업적자가 발생해 전체 실적에서 손실을 냈다. 증권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분기 LCD 사업에서 4000억~6000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는 이번 삼성디스플레이 결정을 이례적이라고 해석했다. 시험용 라인과 달리 양산라인에서 돌발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모두 신기술을 도입하면 초기에 수율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으므로 디스플레이는 1년~1년 6개월, 반도체는 약 3년간 시험라인에서 기술을 검증하며 초기 문제를 최소화한다”며 “양산 적용까지 결정한 기술을 라인에서 거둬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공정 도입을 일시 중단한 대신 올 연말까지 COT 공정과 BCS 기술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다시 양산라인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COT 공정은 LG디스플레이, 대만 AUO 등 대다수 LCD 패널 제조사가 이미 도입해 사용 중이다.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LCD 공정을 적용하려면 소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술 변화가 필요한데 패널 제조사별로 공정 기술 방식이 다르고 BCS 성질도 제각기 다르다”며 “최적의 조합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해 도입을 보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로운 공정 도입을 전면 보류함에 따라 2분기 LCD 사업 회복 가능성은 높아졌다. LCD TV용 기판 유리의 두께 변화, 시장의 공급과잉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LCD 수율을 다시 높이면 일시적으로 급감한 실적은 일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신공정 도입 변경 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