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샌 안드레아스 `최악의 대지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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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안드레아스라는 영화의 강점은 어쩌면 영화적 재미보다도 `거 있잖아 샌 안드레아스라는 영화. 그 영화에 나오는 게 바로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야`라는 식으로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런 할리우드 영화가 없다면 일반인들이 어떻게 `샌 안드레아스`처럼 고고학에나 등장할 법한 학술적 용어를 대화에 올릴 수 있겠는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조차도 `줄거리 따질 거면 영화를 보지 말 것`을 권할 정도다.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홍보문구처럼 지진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를 살린다.

샌 안드레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단층 이름이다. 길이만 1000㎞가 넘는다. 북미 대륙판과 태평양판이 만나 형성됐다. 거대한 두 판이 맞부딪치면서 초대형 단층을 만들어낸 것이다.

단층이란 지층이 끊어진 것을 말한다. 끊어진 채로 붙어만 있다. 한 번 부러진 것을 본드로 붙인다 한들 원래대로 단단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층도 마찬가지다. 끊어진 것이 붙어있는 것이어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샌 안드레아스 단층 위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선 1906년 대지진이 발생해 140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1857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 때문이다.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 화산대가 마치 원을 그리듯 태평양판 가장자리에 집중 형성돼 붙여진 이름이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8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 구마모토에서 강진이 일어난 이후 필리핀, 에콰도르, 미얀마, 남태평양 바누아투 등 불의 고리를 이루는 지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일어나면서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운이 좋게도 불의 고리에서 벗어나 있다.

불의 고리에서 일어나는 강진은 더욱 커다란 `초대형 지진(Big One)` 예고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진도 9.0을 넘는 정도의 파괴력을 가져야 빅 원으로 불릴 자격을 갖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수차례 작은 지진이 먼저 일어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로 샌 안드레아스 단층을 지목한다. 오랫동안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으스스해진다.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에 규모 9.0이 넘는 초대형 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한편으론 그런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이기도 하다. 하기야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영화 샌 안드레아스에서는 `더 락`으로 유명한 주인공 드웨인 존슨이 영웅적 활약으로 사람들을 대지진에서 구해낸다. 너무 영웅적이어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다. 물론 영웅적 활약보다 중요한 것은 대지진이 오지 않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지진이란 게 올 수밖에 없으니,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고 분석하는 기술력을 키우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