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실제와 가상을 통합한 사물을 지능 기능으로 자동 제어하는 산업 혁신이다.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드론,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3차원(3D) 프린터 등 신기술이 세계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산업 지도는 크게 바뀌고 있다. 상품 추천, 물류, 결제, 배송 등 유통 산업에서도 AI, 로봇, IoT, 핀테크,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을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쏟아져 나온다.
실제 IBM은 지난해 중국 유통기업 펑(馮) 그룹과 AI 소프트웨어(SW) `왓슨`으로 소비자 이동 경로와 구매 패턴을 분석, 판매대 배치와 프로모션을 추천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최근 노스페이스와 AI 기반의 온라인 쇼핑비서 프로그램을 출시하기도 했다. 재킷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언제 어디에서 입을지를 말하면 AI 시스템이 날씨, 성별 등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거나 해당 고객에게 물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빅데이터와 AI를 융합한 큐레이션 쇼핑은 앞으로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모바일, 온라인, TV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지속 확산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에서 큐레이션 쇼핑을 일부나마 경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전문가가 골라 주는 상품, 판매율이 좋은 상품 등 범용 차원의 추천 서비스였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할 서비스는 개개인이 서로 다른 추천을 받는 큐레이션이다.
TV홈쇼핑 시장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인 T커머스 서비스에서도 빅데이터,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석 기술 기반의 상품 판매 방송이 주목받고 있다. KTH `K쇼핑`은 현재 시청자 행태를 분석, 가구마다 서로 다른 상품 판매 방송을 송출하는 고객 맞춤형 쇼핑을 시범 방송하고 있다. IPTV 가입자가 어떤 방송의 콘텐츠를 주로 시청하는지, TV에서 어떤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지 등 시청자 행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모든 시청자에게 동일한 방송을 제공하는 TV홈쇼핑과 달리 콘텐츠를 차별화해 가구별 큐레이션을 구현한다.
이 같은 서비스 혁신은 TV 채널과 모바일을 연동한 형태로도 이뤄진다. 예를 들어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비가청 음파에 상품, 할인 정보를 담아 송출하면 스마트폰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KTH가 최근 획득한 `TV바로보기` 기술 특허도 TV와 모바일을 연동한 쇼핑 기술이다. 스마트폰에서 특정 상품에 노출된 TV바로보기 버튼을 터치하면 TV 화면에 해당 상품의 인터페이스가 표시되는 형태다.
유통산업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통 유통 채널인 백화점, 마트, 홈쇼핑의 혁신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ICT와 기존의 유통 플랫폼을 융합,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하면 급변하는 유통 산업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다. 기술혁명기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 이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T커머스는 전통의 TV채널에서 유통 혁신을 주도하기 적합한 모델이다. TV와 모바일, 유통과 ICT 등 전통과 혁신을 융합해 탄생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TV홈쇼핑이 유통산업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 온 것처럼 앞으로는 T커머스가 ICT 융합으로 유통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T커머스 10개 사업자가 모두 앞으로 5년 동안 사업권 승인을 받는다. 정부는 T커머스 사업자에게 핀테크, IoT, 클라우드 등 ICT 기반의 양방향 서비스를 구현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리모컨 주문 프로세스와 핀테크 결제는 물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큐레이션 쇼핑, 모바일 연동형 스마트 쇼핑 등이 새로운 전략으로 될 것이다. T커머스 업계가 혁신 노력을 적극 전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오세영 KTH 대표 sy.oh@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