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실제는 지구가 반대로 돌고 있기 때문에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가 도는 속도는 지상에서 시속 1600㎞다. 어지럽다. 지구 대기가 함께 돌아서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렇게 돌고 있는 지구는 무려 시속 10만㎞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돈다. 한 바퀴 돌면 1년이 지난다. 그렇게 100번 정도 지나는 기간이 우리 일생이다. 겨울이면 춥다, 여름이면 덥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이다.
이 지구라는 작은 행성 위에서 우리 인류는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지구 반지름이 약 6400㎞인 가운데 그 표면에 붙어 살아가고 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높이가 지상으로부터 약 10㎞이니 우리는 정말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이 지구의 환경은 아주 부서지기 쉬운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생명이 이처럼 다양하고 찬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올해 초에는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시끄러웠다. 수소는 원소 가운데 가장 가벼우며,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기도 한다. 무게로 따졌을 때 현재 우주에는 수소 74%, 헬륨 24%, 산소 1%, 탄소 0.5% 정도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약간을 차지하는 것은 이보다 무거운 원소들이다. 하지만 우주 시초에는 산소, 탄소 등 무거운 원소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130억년 이상 오랜 세월 속에서 별 내부 또는 초신성 폭발과 같은 극단의 상황에서 핵융합으로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철은 별 속에서 핵융합으로 생기는 최종 원소다. 철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우리 혈액 속에도 소량의 철이 들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우주에 흩어지는 순환을 반복한 끝에 여기 지구에 모여 사용된다. 우주 순환의 신비한 결과로 철이 만들었다는 것을 느껴서 잘 써야 된다.
별도 태어나 죽는 순환을 되풀이한다. 가스 구름 속에서 태어나 자라고 죽는다. 태양 같은 평범한 별은 가늘고 길게 산다. 마지막에는 적색거성으로 크게 팽창하다가 폭발해 일부가 가스로 흩어지고, 중심부는 백색왜성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들은 굵고 짧게 살다가 초신성이 돼 대폭발을 일으켜서 찬란하게 사라진다. 초신성 폭발은 탄소 핵융합과 같은 방법으로 대폭발해 블랙홀을 만든다. 나머지는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무거운 새로운 원소들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 그러고 보면 핵융합은 우주와 생명의 근간이 된다.
그렇게 핵융합으로 생성된 원소들은 우주 속에서 끊임없는 순환을 계속한다. 어느 가스 구름 속에 모여들어서 태양이나 우리 지구와 같은 별을 형성한다. 그 물질로 우리 몸을 만든다. 우리가 죽으면 이 물질들은 다시 지구(별)로 돌아가고, 새로운 생명의 바탕이 된다. 언젠가 이 지구 자체도 다시 우주로 흩어진다. 또 다른 지구의 바탕이 된다. 원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순환한다. 이것이 우주의 법칙이고, 이러한 우주 순환 속에 우리가 있다.
태양은 가장 많은 보통 별의 하나다.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는 것은 핵융합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핵융합으로 생성된 빛은 생명의 에너지원이다. 핵융합으로 생성된 원소는 인간 등 우리 생명체를 구성한다.
수소폭탄뿐만 아니라 별 이유도 없이 끔찍하게 죽고 죽이는 전쟁과 테러가 아직도 전 세계에 걸쳐 일상화돼 있다. 쉽게 막을 수 있는 기아와 질병, 어처구니없는 인간의 잔혹한 일이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옆에서는 모른 척 한다. 과학 문명은 날로 발전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어떻게 된 것일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농담으로 웃자고 하는 이야기 가운데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구절이 하나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면서 깔깔대며 남의 고통을 즐기는 말이다. 같은 시대, 같은 지구에서 같은 운명을 나누고 있는 우리는 모두 하나다.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저 하늘에 별이 있고, 우리는 이 아슬아슬한 지구 위에서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모두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것을.
민영철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KVN그룹 책임연구원 minh@ka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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