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에듀테크, 왜 우리는 머뭇거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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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환 한국이러닝산업협회 회장, 유비온 대표이사

최근 글로벌 투자 동향에서 두드러진 한 가지는 핀테크에 이어 에듀테크 분야 투자가 폭증하는 것이다. 엠비언트인사이트에 따르면 2015년 4분기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5배나 늘었고, 영국에서만 근래 1200개 이상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에듀테크는 단순히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이 아니다. 이러닝과 혼동돼서도 안 된다. 지난 15년 동안 이러닝으로 진행된 교육 혁신은 더 많은 사람이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신경 써서 교육 기회 격차를 형식으로만 줄이는 `효율성`에 주안점을 뒀다.

그러나 이러닝의 파괴적 혁신인 에듀테크는 교육 `효과성`에 중점을 두고 실질적 교육 격차를 줄이고 있다.

20세기 교육이 산업역군 양성을 목표로 표준화 교육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21세기 교육은 `창의적 글로벌 시민 육성`을 목표로 한다. 4C로 표현되는 21세기 교육 목표는 창의성(Creativity),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Collaboration)이다. 교육 개별화로 본인이 원하는 학습을 완전하게 달성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 실행과 협력 학습으로 정의적이고 심동적 교육 목표까지 추구하는 것이 21세기 교육의 핵심이다.

에듀테크는 21세기 교육에 적합한 도구이자 체계로서 생태적 조건을 의미한다. 글로벌 에듀테크 트렌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공교육과 사교육 대립 같은 문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에듀테크 기업은 학령기 교육 관련 학교 교육이나 학생 중심 교육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직업교육이나 평생교육과 관련 공급이 없는 시장 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교육의 산업화`로 교육을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교육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8%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교육서비스산업은 가장 큰 산업이 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주도로 설립된 `코세라` 같은 개방형 온라인 강좌(MOOC)는 고등교육도 글로벌 교육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 준다.

한국은 교육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국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교육 혁신과 열정적 교육자 노력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서비스산업의 실체인 에듀테크를 망설이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제조업 중심주의 편향과 교육을 공공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두고 머뭇거리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혹자들은 새로운 산업은 정부가 아니라 혁신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의 합리적 핵심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수천 개 영리법인 MOOC가 있는데 한국에는 왜 하나도 없는가. 영국에만 몇 천 개가 있다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왜 한국에서는 인터넷은행이라는 명분으로 겨우 2개가 인가되고, 그나마 창업하는 기업은 대부업 등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가. 한국 바이오테크나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은 왜 주변부 사업만 하는가. 선수가 출전할 수 없는 경기장을 두고 선수 탓만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서비스산업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서비스산업 지원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를 `무기화`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사람은 독특한 규제와 엄격함에 깜짝 놀란다. 싱가포르는 규제가 없는 나라가 아니라 핵심 산업인 무역, 금융 등 분야의 법과 제도가 무기화된 나라다.

글로벌 수준에서 에듀테크의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려면 먼저 범정부 차원의 에듀테크 진흥기구를 신속하게 만들어 법과 제도를 무기화하고, 민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이라는 대립하는 문제 설정을 부수고 학교 교육과 에듀테크라는 새로운 상생의 문제 설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OECD 국가로 들어왔으니 새로운 서비스산업에서 다른 선진국이 하는 것을 따라가자는 이류 인식을 버려야 한다.

임재환 한국이러닝산업협회 회장(유비온 대표) jhlim@ub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