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전략은 글로벌(global)하게, 운영은 로컬(local)에서!` 세계화와 지역 특화를 동시에 진행함을 뜻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명확하게 말해 주는 문장이다. 국가 경제에서 무역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지방 분권화가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지방에 뿌리를 둔 세계 시민에게 꼭 필요한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이다.
원자력과 수력, 양수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한국수력원자력도 글로컬라이제이션에 힘을 쏟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원자력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세계적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적이다. 대내적으로는 본사 경주 이전과 더불어 경주시와 상생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2005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가 경주로 선정되면서 본사를 경주로 옮기기로 국민과 약속했다. 먼 길을 돌아오듯 우여곡절 끝에 토함산 자락에 새 사옥을 짓고 얼마전 본사 이전을 완료했다. 돌이켜보면, 직원과 가족까지 3000여명이 동시에 이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경주시와 맺은 소중한 약속을 지키고 지역과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충실히 이행했고,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지역 기업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주 이전 첫 해를 맞이하면서 직원에게 가장 강조한 단어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한수원은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회사로 특성상 국민의 사랑 없이는 회사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회사의 기쁨이 국민 기쁨이 되어 국민의 마음속에 언제나 같이 하는 회사를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하자는 뜻이다.
본사가 경주로 이전했다고 해서 한수원이 활동하는 무대가 좁혀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세계로 무대를 더 넓혀가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에서 핵안보정상회의와 함께 열렸던 `2016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NIS 2016)`에서는 세계 원자력산업계 핵 안보 증진 노력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다.
지금은 원자력 안전을 위해선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만들어진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이라는 중책도 함께 맡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원자력 관련 기구 활동에선 선진국 또는 신뢰국으로서 든든히 자리 잡은 셈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신기후체제 도래를 앞두고 다시 싹을 틔우는 세계 원전 안전을 위해 더욱 힘써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원전 산업에서 더 큰 역할을 하라나 숙제와 기대도 함께 받은 것이라 여긴다.
지난해 WANO 회장사가 된 한수원은 전세계 원자력 산업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후쿠시마 후속조치를 완벽하게 이행해 안전성을 한층 높이고, 신규 원전 건설에 따른 국제적 공조를 원활하게 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에 대한 국제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WANO 회장사가 되면서 내년에는 WANO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열게 된다.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긴 아름다운 도시 경주에서 세계 각국의 원전 안전과 미래를 논의하게 된다. 약 1000여명의 세계 원자력계 주요 인사가 모이는 만큼 성공적으로 개최해 경주시와 우리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고자 총력을 다할 것이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