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지금도 사랑받는 첩보 영화 첫 시리즈가 개봉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손에 땀을 쥐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주인공이다. 톰 크루즈가 분한 IMF(Impossible Mission Force) 요원 `에단 헌트` 매력은 지난해까지 총 5편 미션임파서블 시리즈까지 이어졌다.
미션 임파서블1 명장면 중 미국 CIA에 침투해 비밀요원 정보를 빼내는 에단 헌트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밧줄에 몸을 묶고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복사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당시 영화에서 연출한 CIA 보안 시스템은 이렇다. 비밀정보를 담고 있는 컴퓨터실에 들어가려면 우선 허가된 음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음성인식 후에는 비밀번호를 누른다. 이후 홍채 검사를 통과하고 전자카드를 삽입한다.
미국 최고 정보기관답게 출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원 에단 헌트는 컴퓨터실이 비어있을 때 천장 환풍기를 통해 침입한다. 사람이 없는 컴퓨터실은 소음 탐지 장치가 있다. 작은 소리에도 금방 반응해 침입 사실을 알린다. 온도 감지기가 있어 온도가 상승하면 보안 시스템이 작동한다. 즉 사람이 없어야하는 방안에 체온으로 공기가 더워진다면 침입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바닥에는 아주 가벼운 물체라도 떨어져 무게가 감지되면 컴퓨터실은 폐쇄된다. 에단 헌트는 천장에서 줄에 의지한 채 공중에 떠 정보를 빼갔다.
에단 헌트 침입은 성공했다. 능력이 출중했을 뿐 아니라 영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미국 정보기관 보안이 실제로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에단 헌트가 등장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송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정부서울청사에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잠입했다. 공무원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기 이름을 올려놓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 20대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에단 호크처럼 비밀요원 훈련이라도 받은 것일까.
답은 우리나라 국가기관의 보안 체계가 형편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공무원 신분증을 훔쳐 의무경찰 틈에 끼어 본관으로 잠입했다. 도어록이 잠겨져 있었지만 친절하게도(?) 비밀번호 4자리 숫자가 벽면에 적혀있었다. 비밀번호를 풀 수 있는 또 다른 운용체계(OS)가 담긴 USB로 컴퓨터에 접속해 합격자 정보를 조작했다.
2012년 가짜 출입증을 가진 남성이 정부 청사에 들어가 방화한 사건이 일어난지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았다. 당시만해도 정부는 모든 청사 출입구에 자동인식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완벽한 보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비전문가도 쉽게 국가기관 보안체계를 뚫을 수 있다면 누굴 탓해야 할까.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