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진, 전자소자 제조 전체 용액공정으로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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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은 나노입자가 담긴 용액을 들여다 보고있다.

한미 연구진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전자소자 제조 전 공정을 저온 용액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처음이다. 반도체 산업 판도변화가 예측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원장 김규한)은 최지혁 희유자원활용연구실 선임연구원이 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고기능성 무기 나노입자 박막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 3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8일자에 게재됐다.

이 연구에서 최 선임은 논문 제1 저자로, 최 선임 지도교수인 셰리 케이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토퍼 머레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수와 오승주 고려대 교수, 성진우 연세대 연구원은 공저자로 연구에 참여했다.

무기 나노입자는 저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넓은 면적에 적용하기 쉬워 기존 진공증착 방식 실리콘 기반 반도체 산업을 대체할 차세대 전자부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무기나노 입자로 만든 박막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나노입자 사이에 있는 유기분자 때문에 전기전도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무기 배위자(ligand) 치환공정 기술로 나노입자 간 간격을 메워 전도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소자 박막화나 적층, 도핑 단계까지 제조 전 과정에 용액공정을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기존에는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일부 공정에만 용액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진공증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 때문에 지금까지는 유리기판을 써야만 했는데, 이제는 이를 투명 플라스틱 기판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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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액공정을 통해 제작한 대면적 플렉서블 소자.

최지혁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양산 공정에 곧바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업화 가능성이 높다”며 “용액공정 기술은 설비 비용도 낮고, 소규모 장비로 구현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전자소자 제조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이 연구결과는 전자제품,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체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는 탁월한 성과”라고 말했다.

최 선임은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2014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외 공개채용에 합격해 현재 희유자원활용연구실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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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소자 내부 전극으로 적용하기 위해 제조한 은 나노입자 용액.

◆용액공정

용액공정은 전자소자를 제작할 때 유기용매 등을 이용해 스핀코팅(spin-coating), 잉크젯 프린팅(ink-jet printing) 등과 같은 방법으로 기판 위에 증착하는 절차다. 진공증착은 진공 중에서 금속이나 화합물을 증발시켜 증발원과 마주 보고 있는 기판 표면에 박막을 만든다. 반면 용액공정은 공정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진공증착 방식에 비해 설비 투자비용이 낮고, 소규모 장비로 더 빠른 작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OLED 패널 가격을 떨어뜨릴 새로운 방식으로 전자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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