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서비스 사업에 통신요금 20% 인하 추가 요구...통신업계 속앓이

정부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하는 통신요금을 20%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어 통신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가격 인하로 사업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모바일, 폐쇄회로 카메라(CCTV), 영상회의 등 새로운 서비스는 추가됐지만 정작 비용 부담은 산업계로 떠넘긴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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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는 최근 `제3차 국가정보통신서비스(GNS) 인프라 구성과 제공` 사업을 발주했다. GNS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가 전용 통신망을 이용하도록 이용 요금, 품질, 보안을 통신사와 따로 계약하는 제도다. 민간 통신망과 분리해 전용 회선, 인터넷,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7만2265회선을 사용했으며, 연간 6192억원의 비용을 사업자에 지급했다.

서비스는 2009년부터 3년 주기로 계약을 갱신한다. 오는 6월 2차 협약 기간이 끝난다. 3차 계약은 유선 중심인 서비스 이용 환경을 모바일 등 무선으로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무선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지만 기존의 GNS는 유선 서비스에 집중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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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논란이 된 부분은 이용요금이다. 행자부는 서비스 이용 요금을 2차 대비 20%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행정기관의 통신 업무가 늘어나면서 이용 요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CCTV, 영상회의 등 신규 업무가 늘어나면서 통신비용은 지속 증가되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2차 계약 기간에 통신 요금이 67%가 증가했다”면서 “트래픽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20% 인하를 요구했지만 통신사업자와 협상해 적절한 수준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네트워크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전 계약보다 이용 요금을 더 인하하면 사업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 전송장비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올해와 내년 시장 전망은 더 어렵다”면서 “대기업 매출 감소로 그 여파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는 중소업체는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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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S 단계별 연간 이용 요금

정부는 이미 1차 계약이 끝나고 2차 계약을 맺을 때 이용 요금을 20% 내려 계약했다. 1차에서 연간 이용요금은 4628억원인 데 반해 2차 사업 첫해에 3702억원으로 줄여서 계약이 이뤄졌다. 2차 계약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 통신 트래픽이 증가, 연간 이용 요금이 6192억원으로 늘었다. 3차에 요금을 20% 내리면 연간 요금은 5010억원으로 계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매출이 대략 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업체는 통신 3개 사업자다. 통신 3사가 수익 감소로 인한 부담을 장비업체나 유통사에 전가하면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을 유지하려면 원가 이하 사업에도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서 “값싼 장비로 사업에 참여하면 통신 품질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사 설비 투자 감소로 얼어붙은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보통신산업 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이용 요금을 내리라고 하는 것은 시장 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이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민간 통신요금에 비해 10~20%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부가 또다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통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제안 요청한 GNS 요금 인하 개요

자료 : 행정자치부 `제3차 국가정보통신서비스인프라 구성 및 제공` 제안요청서

국가서비스 사업에 통신요금 20% 인하 추가 요구...통신업계 속앓이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