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로 그동안 소망했던 금융투자업 진출과 함께 금융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이루게 됐다.
KB금융은 31일 한국금융지주와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를 따돌리고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KB금융은 자회사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병해 자기자본 4조원, 증권업계 3위권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그동안 증권사를 인수해 모회사인 은행과 함께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KB투자증권 만으로는 금융권에서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 2013년 우리금융지주가 내놓은 우리투자증권 입찰에 나섰다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농협금융지주에 막판 덜미를 잡혔다.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현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다. 첫 번째 실패였고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은 지난해 KDB대우증권 인수전이었다. 업계에서 증권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탄탄한 맨파워를 자랑하는 대우증권은 투자은행(IB) 업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우리나라 대표 증권사였다.
신한금융지주에 밀려 국내 대표은행 이미지를 내준 KB금융 입장에서는 대우증권 인수로 국내 대표 금융사 지위를 되찾고 은행 위주인 매출 구조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대우증권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와 3파전을 이뤘다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 미끄러졌다. 시장에서는 회계사 출신 윤종규 회장이 `지나치게 주판알을 굴렸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동시에 금융지주사가 갖는 투자 자율성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은 KB금융의 세 번째 도전이었다.
대형사지만 우리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보다 자본 규모가 작고 최대 1조원가량이면 국내 5대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금융에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KB금융은 이런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마침내 소망을 이뤘다.
대우증권 인수 실패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던 윤 회장은 뚝심을 발휘하며 악전고투 끝에 현대증권이라는 대어를 손에 넣었다.
작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며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 때부터 이어져온 KB 인수합병(M&A) 흑역사 사슬을 끊었던 윤 회장은 또 한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성공사례를 썼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준으로 은행 부문이 순이익의 67%를 차지했고 카드는 22%, 증권은 3%에 불과했다. 손해보험업계 4위인 LIG손보를 인수해 보험 분야 경쟁력은 강화했지만 증권 부문은 정상권에서 거리가 한참 멀다.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기준으로 18위에 머물러 있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로 기존 KB투자증권만으로 한계가 있던 그룹 내 금융투자 부문 비중과 역할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간 협업으로 기업투자금융(CIB)과 WM 사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상품 교차판매와 고객 마케팅 등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KB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 M&A 현황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현황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