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짜 마케팅`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특정 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신방송 결합상품 규제를 바꾼다. 결합 구성 상품 가운데 어느 하나만 원가 이하로 파는 것을 금지했다. 상품별 할인율도 공개하도록 했다. 케이블TV 등 결합상품 경쟁력이 부족한 산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고객 고지의무를 대폭 강화해 소비자 피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합판매 금지행위 세부 유형 및 심사기준(고시)`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 고시에서는 결합 구성 상품을 원가 이하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원가 1만원짜리 상품을 9000원에 제공하면 불법이다. 지금까지 주로 이동통신사가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은 그대로 둔 채 인터넷TV만 공짜 수준에 제공하면서 케이블TV 경쟁력이 약화됐다.
1만원어치 할인 효과를 내려면 특정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이동통신 4000원, 초고속인터넷 3000원, 인터넷TV 3000원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골고루 할인을 해주라는 의미다. 결합상품 요금 내역서에 전체 할인금액과 함께 품목별 할인금액도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다만 업계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동등할인(모든 상품 할인율을 통일하는 것)`은 도입하지 않았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방송통신서비스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기본 취지가 반영돼 다행”이라며 “부당한 이동통신 지배력 행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동등할인 도입도 지속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 고시는 가입자 고지 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가입 시 해지방법을 명확히 알리고 약정기간 만료가 임박했을 때 이를 청구서 등 세부 수단으로 알려야 한다. 약정이 자동 연장된 이용자에게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무적으로 통지해야 한다.
무선 2년, 유선 3년 등으로 약정기간이 달라 해지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약정기간`은 미래창조과학부 검토를 거쳐 조만간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결합상품 해지가 편해지면서 한 사업자에 오랜 기간 머물 필요가 없다. 결합상품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방통위는 개정 고시를 이달 초 관보 게재 후 바로 시행한다. 다만 청구서에 요금할인 세부내역을 표기하는 것은 전산개발 등을 마치고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방통위는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도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통신방송 상품 전반에 대해 △고지의무 강화 △해지권 제한 금지 △결합판매 이용자차별 금지 △사업자 이행강제금 기준 구체화 등이 담겼다. 개정안은 관련 절차를 거쳐 7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