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위기 극복하려면 ICT융합 필요, 민관협력체계도 새로 만들어야"

최근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융합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영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발굴되는 만큼 이를 앞장서서 지원할 새로운 민관 협력체계와 중소기업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됐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는 29일 서울 삼성동에서 최근 수출부진 타개를 위한 `ICT·IoT 융합제품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 출범식과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은 “IMF나 세계금융위기 때도 우리경제를 살려낸 것은 PC, 반도체, 스마트폰 ICT 제품이었다”며 “우리가 겪고 있는 수출위기도 우리 노력에 따라 ICT, IoT 융합 제품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침체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더 이상 양적 수출 확대로는 성장 한계에 부딪힌다는 지적에 따라 경제성장 발전에 기여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ICT 분야 수출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에 비해 수출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을 우리 기업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무역협회가 주축이 돼 산업계, 정부·유관기관, 언론 관련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포럼이 결성됐다.

이날 출범식에는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이순호 달리웍스 대표,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원동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이 참석했다.

포럼은 출범식을 겸해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다양한 논의의 장으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새로운 수출동력을 발굴하려면 기존 대기업·제조업 위주가 아닌 중소기업과 융합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우리 시대 경제는 (물리적인) 지구와 보이지 않는 영역의 `디지털지구` 두 가지 터전에서 돌아가는데, 최근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중소기업 융합사업의 해외진출은 이처럼 패러다임이 바뀌는 차원에서 논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은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됐다고 말할 정도로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자동차 부문 모두에서 고립된 제품이 아닌 서로 연결해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융합기업이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지방 기업 대상 육성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대구 등지에서 추진 중인 테스트베드 사업을 수도권 기업 대상으로도 확대해 중견·중소기업이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중국과 인도가 지역특성화 사업을 통해 ICT, IoT 도시를 많이 만들고 있다. 인도는 2025년까지 100개 지방도시를 육성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중국도 10개 도시 육성계획이 있다”며 “전국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새로운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커넥티비티(연결성)`를 더욱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전시회에 국가관 형태로 참가하는 기존 방식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이 토털솔루션으로 참가하는 방안도 나왔다. 글로벌 대기업이 참가하는 대규모 전시회 외에도 지역별, 국가별 특화 전시회에 국내 중소기업 참여를 장려해 실질 사업기회를 만들도록 지원해달라는 요청이다.

이순호 달리웍스 대표는 “과거 대형 전시회에 나가면 한국관을 보러 오려는 고객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 가면 ICT와 IoT에 특화된 전시회가 있고, 이런 곳에 준비해서 가면 한국관에 와서 `토털구매(한꺼번에 사는 것)`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기술 연구개발(R&D) 및 수출지원 유관기관이 힘을 합쳐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국내는 물론이고 정부기관별로 해외 현지에 다양한 지원센터가 진출해 있다며, 이를 서로 연결하고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산업융합 옴브즈만 제도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개발도상국 인프라 확충을 위한 상하수 처리, 병원, ICT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은 “작년에 가산단지에 IoT실증단지를 오픈했는데, 그곳에서는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각종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는 현재 44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인터넷접근센터처럼 해당 정부와 직접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정부지원센터 활용도 촉구했다.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은 ICT 관련 기업만이 아니라 더 많은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융합산업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원동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도 이는 기술기업만의 논의가 돼선 안 되며, 수출이 활성화되려면 시장 관점에서 더 많은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럼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 정보 공유, 협력은 물론이고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은 “아프리카처럼 미개발 지역을 가려고 해도 금융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중국기업은 아시아, 아프리카를 누비고 다니는데, 우리 수출입은행이나 국내 은행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