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TV 시장이 정체 국면이 예상된다. 하지만 핵심 경쟁 요소로 가격과 크기 대신 콘텐츠를 겸비한 `미래형 모델`이 자리잡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시장 내 강자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2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코리아 디스플레이 콘퍼런스 2016`에서 올해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2% 감소한 2억2000만대로 예측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LCD 패널 공급과잉과 신흥시장 수요 부족 장기화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일본, 중국에서만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박경선 IHS 부장은 “아·태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4억2300만 가구를 보유했지만 이중 71.9%만이 TV를 갖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소니가 말레이시아에, 스카이워스·도시바가 인도네시아에 생산 기지를 마련하는 등 업계도 지역 성장성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남미는 멕시코 정부 TV 보급사업 종료, 지난해 브라질 연간 수요 25% 하락 여파에 따른 역성장을 예측했다.
제조사별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업계가 성장하고 소니를 비롯한 일본 업계는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IHS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올해 LCD TV 출하량을 각각 지난해보다 2%, 3% 증가한 4850만대, 2900만대로 내다봤다. 중국 업계는 세계 3~4, 6위 하이센스, TCL, 스카이워스가 19%, 7%, 16%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본 업계는 소니 8%, 파나소닉 16%, 샤프 22%, 도시바 72% 하락을 예측했다. 중국 업계가 샤프, 도시바 등 일본 브랜드를 대거 사들인 영향이다.
세계 TV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단순 하드웨어(HW) 가격보다 콘텐츠와 결합한 모델을 경쟁 요소로 내세울 전망이다. 중국 LeTV가 내건 콘텐츠 결합이 예다. IHS는 LeTV가 지난해 맺은 TCL 콘텐츠 협력을 기반으로 연간으로 75% 늘어난 500만대를 올해 출하할 것이라 내다봤다. LeTV 65인치 곡면 4K(UHD, 3840×2160) TV 가격은 1만위안(약 180만원)에 불과하다.
데보라 양 IHS 연구원은 “LeTV, 샤오미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의 TV HW 진출이 늘고 있다”며 “온라인상거래 확산에 힘입어 콘텐츠 경쟁력이 없는 TV 제조사는 미래에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유럽 TV 제조사와 손잡고 TV에 콘텐츠를 끼워 파는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LeTV를 경쟁력 있는 제조사로 분류했다.
IHS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해상도·대면적화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체 LCD 패널 중 약 35%를 차지한 32인치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 부담을 겪은 업계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올해는 55인치에 40%가량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K 또한 중국 업계를 필두로 세계 모든 제조사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측했다.
[표] 세계 주요 TV 제조사 2015~2016년 LCD TV 출하량 (자료: IHS)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