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가 실적개선 돌파구로 `수의학` 시장을 겨냥한다. 동물병원 필수 진단기 `체외진단기`를 시작으로 1조8000억원 규모 국내 반려동물 부가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16)`에 동물용 체외진단기 `PT10V`를 선보였다. 동물 혈액을 투입해 10분 내 간, 신장, 당뇨, 신진대사 등 13가지 항목을 검진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해 현재 국내 270여개 동물병원에 판매했다. 현재 개, 고양이, 말을 진단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수의학기기를 내놓은 건 2010년 의료기기사업 본격화 후 처음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은 “반려동물 인구 증가로 수의학이 의료기기 분야 새 시장으로서 주목받는다”며 “전국 2500여개 동물병원에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가격 제한을 받는 인체용과 달리 수의학은 기준 수가가 없어 구매, 판매 등 시장 확대가 용이하다.
수의학기기 시장은 아직까지 강세를 띤 기업이 없다. 삼성전자는 관련 시장을 조기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전 사장은 “(수의학기기는) 성장성은 높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경쟁사보다) 더 빨리 사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며 가능성을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축산업 육질검사, 동물 질병 진단 및 치료 등 수의학기기 시장을 주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PT10V는 하루 두 대꼴로 보급되면서 병원 고객으로부터 동물 바이러스 감염, 질환 진단 등 기능 추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관계자는 “수의학기기는 의료기기 틈새시장으로서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학계는 삼성전자 시장 진출에 기대감을 가진다. 서울에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정 모 원장은 “체외진단기는 한 번 구입하면 보통 10년가량 사용하는데 PT10V가 타사 제품보다 저렴해 수의학계에서 관심이 높다”며 “혈액진단은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므로 삼성전자가 제품 보급을 늘려 의미 있는 측정 수치를 다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조합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대형 의료기기는 선발주자에 비해 열세”라며 “수의학용은 인체용과 비교해 규제, 허가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연구개발(R&D), 출시 속도가 빨라 시장 선점에 매력적으로 제품을 개선, 인체용으로 재가공하는 데도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