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윤창기의 서울여행] ‘여의도 물빛 무대’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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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젖줄’로 불리는 한강은 강폭이 500m에서 2Km에 이르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프랑스의 세느 강이나 영국의 템즈 강보다 넓고, 수도를 동에서 서로 관통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강이다. 또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경제 아이콘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천혜의 요소를 가졌음에도 템즈 강이나 세느 강과 같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문화적 콘텐츠를 한강에서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하면 세느 강변의 낭만에 대한 주제가 넘쳐난다. 그러한 문화적인 콘텐츠가 널리 알려지고 그를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낭만, 사랑, 암투, 증오 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영화와 소설로도 많이 탄생했다. 영국의 템즈 강은 런던 시민에게는 문화의 구심점이자,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기억과 추억의 장소이다.

이제 한강을 보자. 많은 이들이 매일 한강을 종횡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석양과 낭만에 대한 추억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그에 관련된 문화 예술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제는 한강이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의 생활을 건강하게 해 줄 그리고 후손에게 물러줘야 할 미래의 환경으로 제시되어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만한 우리의 한강이, 그리고 서울이 얼마나 많은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잠재성과 그의 발굴을 위한 방법들을 이 칼럼을 통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는 서울에 위치한 명소들의 건축적인 요소에 대해 고찰해보고 우리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한강과 서울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보겠다.

움직이는 최초의 개폐형 수상 무대 ‘물빛 무대’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가는 휴식처,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물빛 무대라는 플로팅 스테이지(물위에 떠있는 공연무대)가 있다. 이는 필자가 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서울 시민을 위해 디자인 하고 다양한 기능과 제안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플로팅 스테이지는 말 그대로 물위에 떠있는 공연 무대, 수상 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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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스테이지 여의도 물빛 무대 전경

이 무대가 만들어 지게 된 데는 강남과 강북의 문화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한강은 강남과 강북을 시각적, 물리적, 교육적, 경제적으로 단절시키는 공간이다. 때문에 단절된 문화를 교류시킬 수 있는 공통의 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일정한 장소에서 무대를 만들게 되면 그 주변을 상대로 한 문화나 산업이 발달하게 된다. 그래서 좀더 역동적인 아이디어, 무대가 움직인다면 또 다른 의미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무대, 물을 떠다닐 수 있는 ‘플로팅 스테이지 여의도 물빛 무대’가 만들어졌다.

이 무대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들이 요소 요소마다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동성이었다. 무대가 한강을 떠다니면서 강북과 강남을 오가며, 다양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당시 물위에 떠다니는 공연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세계 최초의 수상 이동 공연장인 셈이었다.

이 플로팅 스테이지는 앞문과 뒷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형이다. 아치형 구조체를 기준으로 앞 문과 뒷문을 필요할 때마다 열어 확 트인 개방감을 줄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강의 물을 공연장 구조체를 통해 시야를 가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문을 닫도록 해 실내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겨울에도 문화 예술 공연 등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게 한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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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스테이지는 아치형 구조체를 기준으로 앞문과 뒷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개폐형이다.

현재는 앞문은 공연을 위해 열어 놓고 있지만 뒷문은 플랙카드나 배경판으로 막아 놓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간 시간이 많이 흘러 처음 기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변화되어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접근성 면에서 사람들에게 여의도가 가장 쉽기 때문에 현재는 여의도에 정착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강의 어느 곳이든 이동이 가능한 곳으로의 접근로를 개척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문화와 주변 경제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플로팅 스테이지는 그 본래의 목적, 움직이는 것이 맞다.

이제는 문화적 콘텐츠의 발굴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이 더 절실해졌다. 플로팅 스테이지는 본래 미래 산업의 먹거리가 될 문화 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한 문화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졌다. 한강을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한강 문화 콘텐츠의 발산체로 여의도 물빛무대가 여의도만이 아닌 한강의 동에서 서로 향하는 문화 콘텐츠의 실크로드의 길을 열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윤창기 changkiyun@naver.com 필자는 영국 AA School에서 도시계획과 건축학부분 석사학위를 받고 베니스 비엔날레, 국토부 장관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는 경암건축 대표이자 수석 건축가이다. 런던과 바르셀로나, 아부다비 등 해외 여러 곳에 플로팅 관련 작품이 있으며, 한강시민공원의 플로팅 스테이지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성남, 여수 등 전국 곳곳에 펼쳐있다.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의 장으로서의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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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스테이지 여의도 물빛 무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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