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격노했다. 페이스북 사내 담벼락에 쓰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흑인 민권운동 구호가 누군가에 의해 계속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서다.
미국 주요 언론매체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임직원만 열람할 수 있는 비공개 게시판에서 이런 일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저커버그는 “버릇 없는 행동에 이미 매우 실망했으나 이 메시지를 전달한 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악의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말은 다른 목숨이 소중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흑인 커뮤니티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요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는 흑인 소년 죽음과 관련있다. 2012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백인 민병대원 조지 지머먼이 이듬해에 무죄로 풀려난 후 생겨났다.
이에 반감을 품은 백인우월주의자는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All Lives Matter)”라는 반대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저커버그는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담벼락에 쓰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라는 구호가 지워지고 대신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라는 반대 구호가 덧칠되는 일이 반복되자 이런 경고를 내렸다.
페이스북 임직원 중 대부분은 백인(55%)이나 아시아계(36%)다. 흑인(2%), 라틴계(4%)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이런 인종 분포는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흔한 현상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저커버그는 “우리 담벼락에 무엇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따로 규칙을 정한 바 없지만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내용이나 쓰인 곳과 상관없이 글을 훼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