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BW 방식 디스플레이 초고화질(UHD) 기준을 놓고 공방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LG전자·LG디스플레이가 기존 측정법을 보완키로 합의했다. 오는 5월 열리는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산하 국제디스플레이측정위원회(ICDM) 회의에서 기존 해상도 측정 방식을 보완해 제안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LG디스플레이가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대립했지만 일단 새로운 측정법을 만들기로 합의점을 찾아 논쟁을 매듭지을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현지시각)부터 25일까지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ICDM 정기회의에서 미국, 영국, 독일 등 각국 전문가 40여명이 해상도 측정기준 개정을 논의했다. 삼성전자가 RGBW 해상도 측정법을 비롯한 정보디스플레이측정표준(IDMS) 개정을 제안한 내용도 다뤘으나 RGB 구조만 적용할 것을 주장한 삼성전자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엠플러스(M+)’ 패널이 UHD 해상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개 픽셀에 적·녹·청(RGB) 서브픽셀이 모두 포함돼야 하는데 LG디스플레이 방식은 흰색(W) 서브픽셀을 추가해 RGB-WRG-BWR-GBW 순서로 화소를 구현하므로 UHD 해상도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W 픽셀을 유효화소로 계산한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W가 밝기를 키워주는 역할일 뿐 고유 색상을 지닌 유효화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W를 유효화소로 보는지 여부를 두고 양사 간 입장 차이가 팽팽하다.
ICDM 정기회의에서도 양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했다. 소속 회원사와 전문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설득 작업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해상도 측정방식을 명암비뿐만 아니라 색상까지 결합해 측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화소에 RGB 서브픽셀을 모두 포함해 전체 화소수까지 충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W 화소를 포함한 LG디스플레이 엠플러스 패널은 전체 RGB 화소수를 충족하지 못하므로 4K 패널로 인정받을 수 없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단순 화소수 계산으로 해상도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격했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 중소형 패널에서 RG-BG-RG-BG 순서로 2개 서브픽셀이 1개 화소를 이루는 펜타일 방식을 사용한다. 화소수를 해상도 기준에 포함하면 대부분 중소형 패널이 기존 해상도를 인정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 역시 부분화소 방식을 적용한 패널을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적용했다.
4K 해상도 측정기준을 놓고 치열했던 양측 논쟁은 측정법을 보완키로 잠정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추후 마련할 새로운 측정방식을 놓고 다시 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해상도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