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덩치 키워온 CA사업 매각 왜?

한화케미칼이 울산 CA(염소·가성소다) 공장을 매각한다. CA사업 외형 확장에 공을 들였지만 공급과잉으로 시황이 꺾이자 활용도가 낮은 울산 공장을 정리하고 여수를 거점으로 삼는 사업 재편 전략 일환이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위치한 CA(염소·가성소다)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한다고 25일 밝혔다. 양사는 최근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 상반기 내 작업을 마무리한다. 매각 금액은 추후 실사를 거쳐 확정한다. 장부가는 700억원 내외다.

CA공장에서는 소금물을 전기 분해해 염소, 가성소다를 생산한다. 염소는 주로 PVC 원료나 각종 산업에서 살균 및 세척제로 쓰인다. 가성소다는 세제 원료나 각종 수처리에 중화제로 수요가 많다.

양사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한화케미칼은 여수(80만톤), 울산(20만톤)에서 CA사업을 진행해 왔다. 2017년을 목표로 여수에 연산 12만톤 규모 CA생산 설비 증설에 들어갔고 2014년 다우케미칼 CA생산 공정 인수를 검토했을 만큼 이 사업 덩치 불리기에 주력해 왔다. 매각 이전 생산 능력은 연산 100만톤으로 국내 1위다. 내수 점유율은 52%다.

하지만 최근 CA 공급과잉과 삼성토탈 등 화학계열사 인수로 상황이 바뀌었다.


시장조사 기관 IHS에 따르면 가성소다를 포함한 국내 CA 시장은 주요 업체 신증설로 공급량(210만톤)이 수요량(130만톤)을 크게 초과했다. 글로벌 시장도 중국 신증설로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된다. 여기에 삼성토탈·종합화학 인수로 투자 여력도 줄었다. 오히려 사업에 있어 ‘약한 고리’를 끊는 작업이 시급해 지면서 울산 CA공장이 매각 대상으로 부상했다. 여수, 울산에서 생산하는 CA 제품은 같지만 주요 수요기업이 인접한 여수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가성칼륨 제조사인 유니드는 주력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인수한 가성소다 생산설비를 개조해 가성칼륨을 생산할 계획이다. 가성칼륨은 기존 전해 설비에 소금물 대신 염화칼륨을 넣으면 생산할 수 있다. 가성칼륨은 강한 알칼리성의 무기화학 소재로 탄산칼륨 (비누, 유리, 염색제 원료), 반도체 세정, 식품 첨가물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유니드는 가성칼륨 부산물이자 PVC(폴리염화비닐) 원료인 염소(Cl2)를 한화케미칼에 공급해 수익성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인천도시개발계획 시행을 앞두고 있어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했지만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가성소다 공급 과잉도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생산 규모는 국내 전체 생산 규모(210만톤)의 9.6%에 달한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딜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의 취지와도 부합한다”면서 “법안 통과 이후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업체간 첫 번째 자발적 사업재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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