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 원전 정상 가동으로 실적개선과 함께 신규 원전 계획 등 주요 난제의 실타래를 푼데 이어 올해 대국민 인식 전환, 실적, 수출 모두에서 ‘점프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85.28%에 달하는 등 안정적 운영을 지속하면서 10조6000억원의 매출과 2조5000억원 순이익을 올렸다고 24일 밝혔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부채감축액도 당초 목표액 5063억원에서 1916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 원자력 대국민 소통과 원전 안전 운전을 지속하고, 여기에 수출까지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원자력 소통은 올해 초 밝힌 ‘여민동락(與民同樂)’ 기조를 이어가 국민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원전 회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노후 원전 정지와 영덕 신규원전 주민 투표 등 민감한 현안을 넘어선 만큼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 이미지를 공고히할 계획이다. 특히 기후변화협약 이후 원자력 역할 제고에 힘쓸 예정이다. 세계 8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이는 우리나라 사정상 기존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로서 원전이 필수기 때문이다.
경주 본사 시대를 맞아 지역민과 융합하는 착한기업, 세계 원전기술을 선도하는 선두기업으로 위상을 확립하는 것도 챙겨야할 숙제다.
실적은 원전 안전운전과 차질 없는 신규 원전 준공 및 가동으로 성장곡선을 유지하고, 이에 따른 수익은 적극적인 투자로 돌려 경제활성화를 유도한다. 2012년 9건이었던 원전발전 정지는 지난해 3건으로 줄었고, 이용률도 2013년 75.47%에서 85.28%로 개선 중이다. 노후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정지를 위해 해체에 필요한 17개 미확보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정보보안 조직 강화와 협력회사 보안관리 강화, 모의훈련 및 모니터링 강화로 사이버공격 대비도 강화한다.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에너지신산업 투자도 늘린다. 동반성장협력대출펀드 조성, 공동연구 개발품 우선 구매 등 후방산업 육성 노력을 에너지신산업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신사업실을 신설, 올해부터 자체 신규사업을 발굴해 단계적으로 1850억원을 직접 투자할 예정이다. 발전소 태양광, 온배수 유리온실 등 민관 공동 투자사업도 계획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송도 연료전지 등 7개 신규사업을 통해 앞으로 5년간 1조원 투자를 추진한다.
수출은 UAE 바라카 원전 운영지원 계약이 우선 과제다. 현재 협상 막바지 단계로 바라카 원전 1호기 상온수압시험이 진행 중인 만큼 상용 운전 인원 정상 파견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협상 완료 이후에는 베트남, 체코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을 상대로 턴키 수주와 함께 글로벌 컨소시엄을 통한 원전 서비스분야 수출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30여기에 달하는 원전 운영을 위한 통합경영관리 모델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실무팀장급 TF를 구성해 다음 달 통합경영관리모델 도입에 대비했다. TF를 중심으로 전사 협업체계를 구축, 다수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통합경영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방침이다.
조석 사장 인터뷰
“원전은 종갓집 맏며느리와 같습니다. 아무 탈 없이 잘하면 조용하고 실수하면 질책 받습니다. 지금은 조용히 탈 없이 일 잘하는 맏며느리 역할을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이 오랜만에 종갓집 맏며느리론을 언급했다. 지난 2013년 취임 당시 한수원 사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 처럼 받아들여졌다. 중요한 자리지만, 계속되는 원전 정지와 납품 비리 등 원전 관련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주변 평가를 조 사장은 “종갓집 맏며느리처럼 일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지난해 수많은 현안을 정리하고 정상화 단계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지금, 그는 조심스럽게 “이제는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는 한수원에 있어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해다. 당장 다음달부터 본사를 경주로 옮기고 새둥지에 걸맞는 새로운 모습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 여러 현안을 정리했다. 덕분에 고리원전 해체 준비, 신규원전 건설 등 해야할 숙제도 많아졌다. 기후변화협약으로 원전 역할이 많아진 것도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이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다름 아닌 국민 인식 변화다. 조 사장은 원자력이 더 이상 국민 입에 오르내리는 이슈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국가에너지 기반을 책임지는 시설로써 맏며느리처럼 한수원이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이제야 조금씩 원전 수출 분야에도 신경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과거보다 원자력 인식이 많이 긍정적으로 전환된 이유가 크다. 조 사장은 글로벌 컨소시엄이라는 새로운 형태 수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원전사업이 사업자가 직접 금융을 조달해 건설하고 운영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변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영국 힝클리 원전에 프랑스와 중국이 공동전선을 짠 것처럼, 때로는 타국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더 나아가 건설외 운영과 유지보수 같은 서비스 수출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주 본사시대를 맞아 안으로는 지역민과 동행하는 착한기업, 밖으로는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선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도 같은 배경이다.
조 사장은 “거문고 줄을 다시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 ‘수적석천(水滴石穿)’의 마음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데 노력했다”며 “올해는 국민과 함께하고 기쁨을 주는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친화 경영의 원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규원전 건설현황(자료:한국수력원자력)>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