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로 집권 3년을 맞는다. 대통령 5년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시기로 거론되는 4년차에 들어섰다. 새로운 어젠다나 개혁 과제를 꺼내기보다 그동안 진행해온 정부 정책의 결실을 맺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올해가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 정책 현안을 점검하고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기업 의존 줄이고 질적 개선 이뤄야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 ‘키’다. 전국 17개 지역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경제 ‘첨병’이자 현정부 미래성장동력 정책을 표출하는 상징적 거점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별로 특화된 분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지원하는 구조로 연결시켰다. 스타트업 육성과 함께 대·중소기업 협력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그간 창업 기업 578개를 만들고, 541개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또 1267억원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에 수출됐다.
‘벤처창업 붐’도 일으켰다. 지난해 대학창업 동아리수가 2012년 대비 233% 늘었고, 신설 법인수도 26.4%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3년이란 짧은 기간에 창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양적 성과에 급급해 질적 개선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창업 기업 생존율이 여전히 낮고, 스타트업 탈출구인 인수합병(M&A)·기업공개(IPO) 등은 저조하다. 또 각 지역별 센터에 유사한 기능이 많아 센터별 고유성·차별성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창조경제센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권 차원의 ‘색’이 너무 짙어 다음 정권에서 거리를 둘 게 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센터 운영을 지원하는 대기업은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센터도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며 “일부 센터는 투자된 자금 관리를 위해 지원 대기업 임원을 센터장으로 앉혀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고용존을 설치하고 지역 전략산업 육성 등을 강조하며 업그레이드 방안을 내놓았다. 창업·보육 위주였던 혁신센터를 고용도 함께 아우르는 형태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전국 대학과 지자체가 운영하는 고용센터와 중복될 뿐 아니라 혁신 센터에 대기업 연계 고용이 강화되면 창업을 통한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이라는 기본 취지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창조경제센터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위한 정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센터가 지역 창업 생태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긴호흡의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기업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 몇몇 대기업 위주 지원구조는 지속가능성과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 중심의 창업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힘을 모아 지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향후 중점을 둬야 할 과제다.
◇규제개혁…제도적 기반 갖추고 국민 체감 높여야
지난 3년 동안 4차례 규제개혁장관회의와 8차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불필요한 규제를 발굴·제거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예산 투입 없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규제개혁 추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각계에서 제기된 건의를 검토해 다양한 규제를 없앴다. 액티브X 제거,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상향, 푸드트럭 운영 허용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올해부터 전국에 ‘규제프리존’을 만들어 지역별 전략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규제개혁 분위기 확산에는 성공했지만 제도적 기반 마련, 현장 체감도 제고는 해결 과제로 남았다. 규제개혁이 대기업 민원 해결 창구로 전락했다는 오해를 푸는 일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와 함께 규제비용총량제 도입 등 법적 기반 마련도 과제로 남았다. 규제비용총량제는 국민,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 신설·강화 시 상응하는 비용만큼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제도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규제개혁 핵심 정책인 규제프리존도 특별법이 통과돼야 하는 만큼, 국회 설득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차기 정부가 규제개혁 정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체감도 역시 높여야 한다. 규제개혁은 아직 기업 운영과 국민 생활에 녹아들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부산 지역 24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6%는 정부와 지자체 규제개혁 노력이 ‘보통’이라고 답했다. 25.3%는 ‘소극적’이라고 응답했고, ‘적극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14.1%에 그쳤다.
규제개혁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지원한 현장 대기 프로젝트는 상당수가 대기업 주도 사업이다. 대기업 개별 사업 애로를 정부가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왔다.
정부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 애로 해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혜택이 사회 전반에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규제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넓어진 ‘FTA 영토’…수출 시장·품목·주체 다변화해야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정책 과제 중 하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다. 국회 비준안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12월 20일 전격 발효되면서 관세 인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한중 FTA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다. 한중 FTA 발효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했다. FTA 체결국 규모에서 세계 3위로 도약했다. 수출 회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FTA 플랫폼을 활용한 수출 회복은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최근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묘한 정치적 긴장 상태가 조성되면서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더해졌다. 유가 하락과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다. 내부적으로는 주력 수출 품목 경쟁력 약화라는 악재까지 불거졌다. 올해 들어 수출이 20% 가까이 급감하는 등 단기간에 회복세로 전환하는 것은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집권 4년차를 맞는 올해 근본적인 수출 체질을 바꾸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수출 회복 여부는 박근혜 정부 전체 평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공급과잉으로 부진한 업종 체질 개선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 첨단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 수출 시장과 품목, 주체를 다변화하는 작업도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수출 시장은 그동안 미진했던 중국 내수 시장 진출과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이란과 장기적 교역 동반자 관계를 만드는 것이 숙제다.
수출 품목도 유망 소비재와 서비스, 기술·브랜드 등으로 다변화하고, 기존 주력 품목은 미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또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중소·중견기업 수출 확대로 수출 주체 기반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창조…문화가 돈되는 생태계 조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건 ‘창조경제’는 문화에서 시작했다. 문화융성으로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을 실현하겠다는 대통령 포부가 잘말해준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도래하고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본격화함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연계하고 ICT와 문화를 융합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지난해 문을 연 문화창조융합센터와 문화창조벤처단지, 그리고 다음 달 문화창조아카데미까지 완공되면 콘텐츠 기획에서부터 개발·상용화·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완성된다.
지금까지는 문화창조융합센터 등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융합 콘텐츠 산업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장르와 산업을 넘나드는 융합 모델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 문화창조융합벨트와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콘텐츠코리아랩, 지역콘텐츠산업 유관기관 등 전국 120개 ICT 인프라를 연계해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산업 전반에 문화라는 옷을 입혀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는 ‘산업의 문화화’ 전략이 필요하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세계 1위를 차지한 국산 스마트폰도 애플·샤오미 등에 밀리는 상황이다. TV 등 가전도 1위 자리가 위태롭다. 더 이상 기술력과 대량생산만으로는 차별성 있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우리 기술력과 제품에 문화와 디자인이라는 색을 입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제품에 가치를 더한 코리아 프리미엄 전략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수렁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를 한 계단 끌어 올릴 수 있다. 문화가 돈이 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게임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웹보드 게임 월 결제와 베팅한도를 완화하고 게임물 등급분류 규제 등을 완화했지만 좀 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적당한 규제는 기술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없애기도 한다. 게임 산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셧다운제도 다시 한 번 생각봐야 한다.
예술인 복지 차원으로 시작한 예술인 파견사업도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문화·디자인·미술 등 다양한 예술가를 산업체에 파견해 제품에 문화를 접목시켜 더욱 활성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