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주개발은 지구를 관측하거나 통신을 하기 위한 위성 개발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우리나라 위성 개발기술 수준은 세계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우주개발기술과 우주과학 능력을 발판 삼아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어야 할 때가 왔다. 첫 번째 대상은 바로 ‘달’이다.
올해부터 연구기관과 대학이 참여하는 한국형 달 탐사 사업이 시작됐다. 달 탐사 사업 목적은 다양하다. 가장 크게는 우리의 우주기술 수준을 세계에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래의 달 자원 활용을 위한 자원 탐사, 유·무인 달 표면 탐사를 위한 지형 탐사, 달과 우주환경을 연구하기 위한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금 달 탐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국내 연구기관에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달 탐사는 지구 궤도를 벗어난 우주 탐사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달까지 가기 위한 추진기술, 항행·항법기술, 탐사선 제어기술, 심우주 통신기술, 탑재체 개발 기술과 함께 달 탐사로부터 얻게 될 자료를 분석하게 될 과학능력 등을 개발해야 한다.
이미 앞서 달 탐사를 한 나라도 달 탐사 프로젝트로 우주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1960년대 미국은 아폴로 탐사계획을 통해 우주기술의 상당한 발전을 이뤄 냈고, 현재도 태양계 행성과 많은 소천체(소행성, 혜성 등)를 탐사하고 있다.
우주기술은 파급 효과가 커서 국방안보는 물론 산업 발전과 국민 생활편의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아폴로 탐사로 나온 많은 기술이 현대 생활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큰 관심을 끈 중력파 검출이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이번 발견은 많은 일반인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 자연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은 당연한 인류 본능이기 때문이다.
달은 과학 발전을 위한 가장 완벽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 중력파 검출, 우주로부터 오는 입자 검출 등 연구에는 완벽한 진공이나 지구환경 영향 최소화와 관련한 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연구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할애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 기술을 집중시켜야 할 만큼 어렵다.
그러나 달은 환경이 이미 준비된 공간이다. 지구에서보다 정확도와 정밀도가 더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과학뿐만 아니라 정밀도가 더 높은 반도체나 순도 높은 신약·신물질 개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달에서는 대기나 기상현상이 없어서 우주 관측을 위한 최적 조건을 제공한다. 달은 지구를 향해 항상 같은 면만을 보여 주기 때문에 지구 환경을 모니터링하거나 그 반대로 우주를 관측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지구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환경(진공, 저중력, 지구와는 다른 자기장 환경 등)도 제공, 과학 연구를 위해 완벽하고 새로운 실험실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에 비해 중력이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달을 넘어선 화성, 소행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경우 지구에서보다 적은 연료만으로 가능하고, 기상 여건으로 인한 로켓 발사 지연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심우주 탐사가 더욱 쉬워진다.
달은 지금까지 많은 탐사를 통해 자원의 보고임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정확한 매장량이나 분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보만으로도 미래 에너지원이자 자원인 헬륨-3, 우라늄, 희토류 등 매장량이 지구보다 더욱 풍부하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또 많은 우주개발 선진국은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이미 수행하고 있다. 인류의 달 탐사 역사도 이미 50년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탐사는 우주선진국에 의해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다.
비록 우주개발 선진국들에 비해 한 걸음 늦었지만 달 탐사 사업은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을 크게 진전시키고 새로운 문이 되는 동시에 소행성 탐사, 화성 탐사 같은 심우주 탐사 등으로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 것이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gchoi@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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