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인 칭화유니그룹의 인수합병(M&A)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23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는 미국 HDD업체 웨스턴디지털에 37억8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유니스플렌더는 지난해 9월 웨스턴디지털 지분 15%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칭화가 공격적 M&A를 감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인수철회는 이례적이다. 인수 심의 중인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HDD업종은 규제장벽이 낮아 인수 우려 목소리는 적었다.
최근 미국 규제당국 반대를 우려해 페어차일드반도체가 중국 차이나리소시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후아캐피털매니지먼트가 제시한 26억달러 규모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인수 철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수 철회로 칭화유니그룹 청사진에 경고등이 켜졌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총 470억달러를 투자해 설비투자 확대와 M&A로 세계 3위 반도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 철회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칭화는 지난해 하반기 D램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미국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거부해 실패했다.
칭화 투자 철회로 지난해 반도체 업계 최대 M&A로 기록됐던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 무산 가능성도 제기됐다. 웨스턴디지털은 칭화 투자자금을 190억달러(약 23조4100억원)에 이르는 샌디스크 인수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웨스턴디지털 주주인 영국 알켄은 최근 샌디스크 인수가가 너무 비싸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칭화가 투자를 철회했기 때문에 웨스턴디지털 주주 이사회 투표에서 샌디스크 인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사회 투표는 다음달 15일 실시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