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협회·단체 좌담회]공공정보화 시장, `원칙·신뢰` 정립없이 SW산업 발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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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연초 공공 정보화 시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소프트웨어(SW) 업계가 뜨겁다. 케케묵은 ‘SW 제값주기’ ‘유지보수 요율 현실화’ 등은 물론이고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품질성능평가시험(BMT) 의무화 등 새로운 이슈도 추가됐다. 현 정부가 ‘SW중심사회’를 핵심가치로 외쳤지만 체감이 덜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SW업계 몸담은 주요 협·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여 SW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했다. 원칙과 신뢰 기반 정책을 강조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출혈경쟁을 감수하고 수주전에만 골몰한 중소업계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참석자

△김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

△이영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장

△조풍연 한국상용SW협회장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

※사회=신혜권 전자신문 SW콘텐츠부 차장

◇사회(신혜권 전자신문 차장)=정부가 SW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2년 공공정보화 시장 대기업 참여제한 정책과 연구개발(R&D), 인프라 확대 등 투자를 강화했다. 국내 SW산업 생태계는 얼마만큼 개선됐나.

◇조풍연(한국상용SW협회장)=올해 국가정보화 예산은 5조4000억원 규모다. 지난해와 비교해 2000억원가량 늘었다. 시장규모가 늘었다고 하지만 노임단가는 우리나라가 대졸 초임이 400만원인데, 중국만 하더라도 초급이 460만원으로 우리보다 높다.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됐던 시장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 발주되는 유지보수 영역을 비롯해 수의계약 제도, 개발결과물이 국가에 귀속되는 R&D 정책 등이 걸림돌이다. 수요자 변동도 없고 입찰 방식도 변화가 적다.

◇조현정(한국SW산업협회장)=2006년 220조원이었던 우리나라 국가 예산은 올해 386조원으로 74% 늘었다. 이와 비교해 국가 정보화 예산은 10년 새 7% 밖에 안 올랐다. 최근에는 오히려 줄었다. 정부가 SW산업 육성을 위해 공공 분야에 투자를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 예산으로 투자가 어렵다면 민자사업(BTO) 같은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투자를 하기보다 민간에 이양해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이영(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장)=정부 정책 등으로 SW 인식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많은 기업과 기관이 SW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많다. 유지보수 요율을 편법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3~5년간 특수계약 형태로 제품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형태를 취한다. 중소SW기업 입장에서 해당 기간 유지보수 사업비가 공중 분해된다. 이를 감수하고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현주(IT여성기업인협회장)=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공공기관은 그 해 상용SW를 포함해 모든 IT제품 구입 예산이 책정된다. 서비스나 라이선스, 유지보수 대가는 이듬해 받아야 하는데, 예산 책정이 완료된 이후라 받기 어렵다. 정부가 유지보수 요율을 15%까지 올리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많은 기관에서 무상유지보수를 요구한다. 업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제한된 시장에서 매출을 거두기 위해 불가피하다.

◇사회=정부가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정책을 재검토한다. 중소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신기술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민간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현주=2014년 기준으로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 참여비중은 5.7%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참여율이 약 95%에 육박했는데 그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오히려 시행 전보다 하락했다. 한마디로 제 값을 받고 일하지 못했다. 대기업이 없을 때도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참여한들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입장벽을 허문다면 악순환 구조로 돌아간다. 정부가 신기술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서도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보호정책이 필요하다.

◇조풍연=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 참여제한이 4년째 접어든다. 최근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ICBM)로 대변되는 신기술 사업에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하자는 논의가 제기되는데 위험한 발상이다. 신기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이 영역은 전문기업이 강점을 가진다. 해당 영역에 특화된 SW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데, 대기업에 허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거처럼 요소 기술만 취합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완성하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신기술일수록 전문기업인 중소SW업체가 수행해야 한다.

◇조현정=신기술 영역을 한정해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하는 것은 논란 소지가 있다. 정부가 ICBM을 예로 들었지만 신기술 개념이 모호하다. 명확한 기준 없이 대기업 참여제한을 푼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 밖에 안 된다. 결국 대기업 참여 제한이나 분리발주, 소유권 문제 모두 한 가지로 귀결된다. 상용SW를 구매하는 것이다. 원가 계산도 할 필요 없고 소유권도 회사가 갖는다. 외면하고 SI 사업으로 발주하니 원가 정산, 원격지 개발 등 문제가 커진다. 상용SW를 대중화해 기업은 물론이고 인력 양성까지 할 필요가 있다.

◇이영=우리나라가 정책을 마련하는 철학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중견·중소 SW전문기업을 육성하자며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 대형 SI업체는 시장이 줄어들다보니 많은 인력을 내보냈다. 인력이 줄고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 수도 줄었다.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기존 법을 수정·개선하는 형태로 타협한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바뀐 정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형태가 없다. 타협이 아닌 전면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러다 불만이 제기되면 아예 무효화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나온다.

현상이 지속되면 원칙이라는 게 흔들린다. 대기업 참여제한에 대한 재논의 역시 기존 입장을 수성하는 쪽도, 개선해야 한다는 쪽도 정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신기술 영역에 민간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대기업 참여를 재검토하는 게 능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효과가 어찌됐든 정부 입장에서는 중소SW전문기업, 나아가 국내 SW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쳤다. 중소SW기업도 이에 맞춰 기술 혁신,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만 성장은 더디다. 정부를 탓하기 전 업계 스스로 반성할 것은 없나.

◇조현정=SW업계 전반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문제를 양산한다. 스스로 기술력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런 평가 없이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사업에 뛰어들면 기업과 고객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사업자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가격보다 기술점수 비중을 높였다. 하지만 평가 과정에서 기술점수는 모두 비슷하다. 결국 가격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기술보다 가격을 강점을 내세우며 모든 사업을 다 할 수 있다는 기업 자신감,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평가 시스템 등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영=기업 전반에 기술력으로 사업을 따낼 수 없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발주기관 공무원이 담당하는 영역이 광범위해 기술적으로 걸러낼 환경이 안 된다. 기업은 기술보다 가격이나 발주 담당자 관계를 중시해 영업력만 강화한다. 기업이 가진 기술을 스스로 과소평가하게 된다. 개선을 위해 기업과 고객 사이에 발주 과정을 도와줄 컨설팅 업체를 양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현주=중소기업은 레퍼런스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공공시장은 더욱 필요하다. 이렇다보니 일단 따내고 보자는 기업이 늘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온다. 입찰과정에서 발주처가 적정단가를 정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적정 가격을 정한 뒤 기술평가를 강화하면 업체 간 출혈경쟁을 막을 수 있다. 발주처도 기업과 유착을 막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적정 가격에 구매한다.

◇조풍연=국내 SW기업은 영세업체가 대다수다. 건설조차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노임비를 보장하지만, SW영역에서는 낙찰 대상이 된다. 정부에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생존이 걸린 문제니 정화 노력보다는 오히려 경쟁을 격화한다.

◇사회=SW분리발주 대상 BMT 의무화가 시행됐다. 짚어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

◇조풍연=BMT는 기술 경쟁 구도로 시장을 바꾸는 데 좋은 제도다. 정착되면 기업은 기술 대응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다만 비용문제가 걸림돌이다. 사업마다 BMT를 의무화하면 영세 업체는 비용 부담이 크다. 공정성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BMT 검증을 위한 중재, 관리를 이분화해야 한다.

◇조현정=BMT 의무화는 사업 공정성과 상용SW 비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SW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상용SW 활용을 늘리는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영=상용SW 영역에서 BMT 의무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 사업마다 BMT를 할 수 없으니, 비슷한 환경이라면 이를 유예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가령 해당 제품에 대해 BMT를 받았다는 확인서를 제공해 업체 불편을 줄여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리=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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