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비판할 때 흔히 탁상행정(卓上行政)이라는 말을 쓴다. 현장을 모른 채 사무실 탁자 위에서 만들어 낸 비현실성 정책이 지적 대상이다. 반대말은 현장행정이다. 현장 상황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든 정책은 좋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박근혜 정부 ‘3기 경제팀’은 유독 현장중심 행정을 강조했다. 유일호 부총리가 먼저 나섰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문현답’이 아니라 ‘현문현답’의 자세로 현장과 소통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이 아닌 ‘현장에 문제가 있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다.
유 부총리는 취임 이틀 만에 평택항을 찾은 데 이어 유치원, 전통시장, 바이오헬스 업체, 인천남동공단 등을 방문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현장 행보를 강화했다. 취임식에 앞서 중소 수출기업을 찾은 주 장관의 현장 행보는 휴일을 가리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현장 간담회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경제팀 수장들이 현장을 중시하겠다니 반길 일이다. 현장 고민과 애로와 의견을 많이 듣는 만큼 현실성 있고 유용한 정책 발굴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시행정(展示行政)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실무선이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현장 행보는 탁상행정과 다를 바 없다. 언론을 동반한 시장 방문은 ‘사진 찍기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요란한 현장 방문보다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발걸음이 필요한 때다. 사진 촬영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불만과 하소연을 한마디라도 더 듣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얼마나 현장을 자주 찾았고, 얼마나 많은 의견을 들었는지는 정책을 발표한 후에 알려도 늦지 않다. 굳이 알리지 않아도 그런 노력은 정책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