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정말 떼돈을 벌었나...`황금알 거위`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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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통신3사가 작년 실적을 발표하자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을 중심으로 ‘황금알 낳는 거위’ 논쟁이 시작됐다. 재작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도움으로 통신사가 떼돈을 벌었고, 이 법이 있는 한 통신사 배만 불린다는 것이 요점이다. 논쟁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사실 관계는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통신3사 2015년 잠정실적을 종합하면 3사는 지난해 3조6332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4년보다 82%나 늘었다. 반면 마케팅비는 크게 줄였다. 2014년 8조8240억원에서 작년 7조8669억원으로 9571억원이나 감소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통신3사는 작년 한 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덕에 마케팅비 지출을 아껴 수익을 크게 늘린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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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우선 영업이익은 KT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회사는 2014년 4966억원 대규모 적자를 냈다. 작년에는 1조292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사실은 정상을 회복한 것인데, 전년과 단순 비교를 하니 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통신3사를 비난하는 곳에선 아무도 이 점을 언급하지 않거나 조그맣게 가린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1조8251억원에서 1조7080억원으로 오히려 6.4% 줄었다. 2010년과 2011년 연속 3사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었었다.

마케팅비를 9600억원 가까이 줄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2014년은 비정상적으로 마케팅비 지출이 많았던 해다. 이른바 ‘대란’으로 불리는 가입자 쟁탈전에 불이 붙으면서 보조금이 무차별 살포됐다. 그 해 단통법이 제정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3사가 무려 8조7740억원을 썼는데, 마케팅비 합이 8조원을 넘은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당연히 작년에는 지출이 급감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해와 비교해보면 작년 마케팅비 지출은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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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가까운 돈을 줄였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통신사가 마케팅비를 아낀 것은 대부분 20% 요금 할인 가입자다. 500만명 정도가 이 제도에 가입하면서 단말지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1년 또는 2년 간 매달 요금 20%를 깎아줘야 한다. 지원금이 나가지 않아 당장은 좋지만, 어차피 돌려줘야 할 돈이다. 조삼모사다. 더욱이 가입자는 계속 늘어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통신사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몇년 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2006년 24.3%였던 SK텔레콤 영업이익률은 작년 10.0%까지 급감했다. 2013년 딱 한 번 소폭 오른 것을 제외하면 10년 동안 지속 하락하고 있다. KT도 2010년 9.9%를 정점으로 3~5%대 영업이익률에 머물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2010년 7.7%가 최고였다. 작년 5.9%에 그쳤다.

통계청이 5년마다 조사해 2011년 발표한 ‘2010년 경제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11.3%고, 가장 낮다는 건설업이 4.3%다. 통신업이 제조업보다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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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통신사 영업이익은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다. 메릴린치가 작년 1분기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25개국 1위 통신사업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비교에서 SK텔레콤은 32.7%로 전체 23위를 차지했다. 꼴찌 수준이다. 우리보다 낮은 곳은 영국과 터키뿐이었다. 멕시코·스페인·노르웨이·이탈리아는 50%를 넘었고,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40%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그나마 높은 SK텔레콤이 이 정도니 다른 통신사 영업이익률은 적어도 높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통신3사 매출이 처음으로 동반 감소했지만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통신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부정확한 정보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20% 요금할인 자동가입 문제다. 단통법 비판론자는 고객이 일일이 신고할 필요 없이 해당자에게 무조건 20% 요금할인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 요금할인은 1년이나 2년 약정을 해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중간에 어기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만약 고객 동의 없이 요금할인을 제공하다가 중간에 위약금이 발생하면 분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고객은 “왜 나도 모르게 가입시켰느냐”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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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반 통신사 정서도 지적된다. 통신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고객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서 밑바닥엔 민간 기업으로서 통신사가 효율적인 통신망 구축과 운용에 들이는 공을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흐른다.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해 장사를 하고 있으니 국민에게 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식이다. 엄연히 경매를 통해 수조원 대가를 지불하고 일정기간 주파수를 임대해 사용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투자비 회수가 끝난 통신망에 대해 기본료를 폐지하자는 말은 하지만, 새로 깐 통신망에 대해 통신요금을 올리자는 소리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한 통신전문가는 “통신을 포함한 어떤 산업에도 ‘적정이윤’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통신사가 어느 정도 이윤을 남겨야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물론 없다”며 “통신사가 이윤을 남기는 게 싫다면 전부 국영화한 뒤 비효율로 발생한 적자는 세금으로 메워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3사 마케팅비 지출 추이(자료:통신3사 IR)>

통신3사 마케팅비 지출 추이(자료:통신3사 IR)

<SK텔레콤 연도별 영업이익률 추이>

SK텔레콤 연도별 영업이익률 추이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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