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상품공급업자 모여 협회 출범…`갑을 관계` 재정립 되나

Photo Image
ⓒ게티이미지

TV 홈쇼핑에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들이 모여 협회를 만든다. 절대적 ‘갑-을’로 표현돼 온 홈쇼핑사업자와 상품공급자 사이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협회는 판매수수료를 포함한 비용 부담 기준 마련 등 홈쇼핑사와 상품 공급체계를 정립하고, 상품 인증과 무단 복제 방지 등을 추진한다. 중소 제조업체 제품이 해외 홈쇼핑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맡기로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상품판매 사업자들은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이하 상품공급자협회)’라는 이름의 단체를 구성키로 하고 오는 29일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최근 서울 목동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설립준비 설명회도 진행했다.

홈쇼핑 상품공급자는 홈쇼핑용 방송을 제조하는 제조사와 홈쇼핑 사이에서 개별 방송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제품 납품은 물론이고, 상품 기획, 연구개발 역할도 한다. 협회 준비위는 협회 설립 필요성으로 홈쇼핑 상품 공급 체계 정립과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을 첫 손에 꼽았다.

현재 각 홈쇼핑사 간 상품입고 과정에서 상이한 품질검사 체계로 인해 비용부담과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협회 주도로 품질관리 인증제도를 도입하면서 거래 주체 간 신뢰를 높이고, 상품 관리체계도 혁신하겠다는 설명이다. 인기상품에 대한 복제상품 난립 현상도 상품공급자 간 커뮤니티 활성화로 권익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한정된 국내 홈쇼핑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진출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서정민 협회 설립 준비위원장은 “국내 중소기업과 홈쇼핑 상품공급자 간 불공정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제도, 플랫폼을 협회가 만들어 갈 것”이라며 “국내 홈쇼핑사와 좋은 관계를 정립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

상품공급자협회가 설립되면 홈쇼핑 사업자와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업계에는 절대 우위에 있는 홈쇼핑 사업자가 중소 판매사에게 과도한 수수료 징수를 포함해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별 사업자로는 힘이 없지만 협회가 만들어지면서 목소리를 높일 기반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상품공급업체 한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판매수수료 외에 영상제작, 상품주문, 모델료, 게스트 출연료, 방청객 동원비용, 사은품 비용, 세트제작비용, 무이자 할부비용, 배송료, ARS 할인비용 등 각종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며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협회를 통해 시장질서가 정립되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미래창조과학부 한 관계자는 “상품공급자협회는 갑인 홈쇼핑사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협회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원칙이나 기준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새로운 이익단체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려를 표했다.

한 홈쇼핑사 관계자는 “상품공급자 협회가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부분 중간 공급사를 통해 홈쇼핑에 들어오는 가운데, 자칫 협회가 압력 행사 단체로 변질될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