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솔루션 수출 시도가 본격화된다.
3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필리핀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ICT 기반 의료시스템 진출 모델을 개발한다. ICT 기술과 의료 서비스를 접목한 새로운 수출 모델로 주목된다.
이번 모델 개발은 지난해 11월 보건산업진흥원과 필리핀 대학이 체결한 ICT 기반 의료기술 협력 양해각서(MOU) 후속조치다. 주요 협업내용은 △ICT 기반 의료기술 시스템 개발 △공동 연구 및 기술 개발 △의료진과 IT 전문가 교류 △공동 프로젝트 기획 등이다.
진흥원은 상반기 안에 필리핀 대학 내 원격의료센터에 공급하는 의료시스템 모델을 개발한다.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비롯해 원격의료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 등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모두 대상이다.
이를 위해 현재 필리핀 원격의료센터에 구축된 의료 IT시스템, 화상 전달 시스템, 구축 예정인 정보시스템을 조사한다. 원격의료센터와 연계된 의료기관, 응급 수송 체계, 현지 법·제도 현황도 수집한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필리핀에 우리나라 e헬스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한 모델 개발이 핵심”이라며 “필리핀 현지 의료기관과 협업해 원격의료 환경을 조사하고 수출 가능한 모델을 찾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800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됐다.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국민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게 과제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도시화, 민간병원 중심 공급구조로 보건 의료서비스 편차도 크다. 필리핀 수도인 마닐라에 전체 인구 15%가 집중됐다. 의료인은 25%가 마닐라에 근무한다. 이들을 수용할 의료기관이 부족해 원격의료 수요가 크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민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원격의료센터를 만들어 ICT 기반 의료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와 정보통신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에 기회다. 수출이 확정되면 동남아 주변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많은 대형 병원과 의료정보 솔루션 기업은 국내 시장이 협소해 해외로 눈을 돌린다”며 “필리핀 대학도 한국 원격의료 시스템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 수출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의료 영리화, 중소병원 생존권 위협, 보안 등 반대의견에 막혀 수년째 원격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 도서벽지나 농어촌, 격오지 부대 등 의료 취약지 중심으로 시범사업만 진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의료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추진, 원격의료를 허용할 방침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번 수출모델 개발은 닫힌 국내 원격의료 시장을 넘어 해외로 우선 진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브라질, 페루, 중국 등을 대상으로 추가 수출 전략도 수립한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원격의료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ICT기반 의료 시스템 수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