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44>세계전기자동차협회장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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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전기자동차와 스마트카는 미래 자동차시장의 주역으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보조금 확대, 인프라 구축으로 경쟁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똑똑한 미래자동차가 우리 앞으로 달려온다. 환경을 보호하고 편의성과 안전성을 담보한 전기자동차와 스마트카는 미래자동차 시장 주역(主役)이다. 스마트카는 운전자 조작 없이 도로를 달리고 주차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와 삼성, LG를 비롯해 외국 완성차 업체와 애플, 구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권 경쟁 중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학교 HIT관 1층 102호실에서 만났다. HIT관 1층 입구에는 전기자동차 레이가 방문자를 맞았다. 마치 전기자동차 전시관에 들어선 듯 했다.

선우 교수는 미래자동차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한국인 최초 세계전기자동차학회장이며 미국 자동차학회 석좌회원이다. 2011년 세계 첫 번째로 한양대학교에 4년 전액장학금을 주는 미래자동차학과를 개설했다. 2014년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 성장동력 스마트 자동차 추진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5월 3일부터 6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제28회 세계전기자동차학술대회와 전시회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미래 자동차 최종 목표는.

▲자동차가 주행하려면 3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눈과 손, 발이다. 눈은 사방을 주시(注視)하고 손은 조향(操向)작업을, 발은 가속이나 제동작업을 한다. 눈과 손, 발을 사용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리하게 갈 수 있는 게 목표다.

-전기자동차가 기존 내연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보나.

▲전기자동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현행 자동차는 3개 규제를 받는다. 환경과 에너지, 안전 규제다. 환경규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강화 등인데 갈수록 엄격해진다. 환경과 에너지 규제를 대체하는 자동차가 그린카다. 그린카 대표가 전기자동차다. 앞으로 전기자동차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안전규제도 갈수록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후진카메라는 필수다. 이게 없으면 수출을 못한다. 자율주행기능과 편의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담보한 게 스마트카다. 스마트카를 흔히 자율주행자동차라고 한다. 스마트카는 ICT 집합체다.

-자동차 사고로 세계 사망자 수는 얼마로 집계하나.

▲한 해 130만명에 달한다. 이건 울산시민과 같은 숫자다. 좀 심하게 말해 한 해 울산시민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셈이다. 그리고 한 해 5000만명이 다친다. 전체 교통사고 90%가 운전자 잘못이다.

-전기자동차 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자동차 판매규모를 1억대로 본다. 전기자동차는 3%인 300만대로 본다. 2025년쯤이면 1500만대로 시장규모가 커질 것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어디가 제일 큰가.

▲중국이 가장 크다. 거대시장으로 수요가 매년 급증한다. 중국은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더욱이 화석연료가 부족하다. 탈황시설은 비용이 많이 든다. 중국 심천은 모든 택시를 3년 안에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전기차 구입 시 혜택을 많이 준다. 보조금도 주고 번호판은 비과세다. 다음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최고 청정국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수력발전이 많아 전기가 충분하다. 우리도 제주도가 전기차를 적극 도입하는데 잘 한 일이다. 이미 제주도는 2030년까지 청정자연 무탄소 섬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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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기술 핵심은.

▲배터리가 핵심이다. 배터리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배터리 80%는 LG화학이 만든 제품을 사용한다.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하면 전기차 분야는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다. 미래는 기술싸움이다. 전기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기술에 뒤지면 생존이 어렵다. 우리는 전기차 경쟁력이 충분하다.

-전기차 산업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기차는 충전소 설치가 관건이다. 전국에 충전소를 설치해야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다. 개인이 충전소를 설치하지 못한다. 이 일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한국전력에 이 일을 미룬다. 전기차는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애국차’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 이게 전기차 확대 중요 요소다. 시장규모를 키우려면 예산을 확대해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구입하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카에서 우리가 외국에 뒤진 기술은.

▲스마트카 핵심은 센서다.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역할을 센서가 한다. 센서는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가 강국이다. 센서는 군사용이다. 미국이나 독일에 비하면 우리는 바닥이다. 우리는 센서 원천기술이 없다. 모두 수입한다. 센서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3만원에서 3억원대까지다. 우리가 가장 빨리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어떤 이점이 있나.

▲우선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국민 재산 피해가 준다. 차 속에서 다른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 일부 언론에서 무인자동차라고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무인비행기를 연상해 그런 표현을 하는지 모르지만 자율주행차가 맞는 표현이다.

-스마트카에 오작동 우려는 없나.

▲당연히 오작동 우려가 있다. 그런 우려를 없애려면 각종 소프트웨어(SW)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율주행은 모든 게 자동화다. 외부로부터 SW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관계로 외부에서 자동차 내부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악성코드 유포, 원격제어를 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해킹에 노출한다면 마치 문을 열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자동차 안전과 관련한 법·제도 마련과 자체 방화벽을 설치해야 한다.

-폭설이나 폭우 같은 기상악화 시 자율주행에 문제는 없나.

▲만약 폭설이나 폭우로 차선이 안보이면 자율주행을 할 수 없다. 기상 악화 때는 모드변경방식으로 운행해야 한다. 자동차에 혼합주행방식을 채택하면 문제 될 게 없다.

-자율주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점은.

▲자율주행차가 인식할 수 있는 교통 표지판과 교통 체계 같은 인프라를 표준화해야 한다.

-자율주행 시 교통사고 발생 책임문제는.

▲스마트카 사고는 도로, 차량, 통신 문제로 발생할 수 있다. 독일은 변호사단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했다. 우리는 미국이나 독일이 만든 법과 제도를 스터디해 법을 제정하면 문제가 없다.

-개선해야 할 법과 제도는.

▲우선 자동차와 관련한 부처가 많다. 몇 개 부처가 자동차 업무와 관련해 있다. 자동차 관련 업무를 표준화하고 통합해야 한다. 국회가 관련 법안을 즉시 처리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국회가 도대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뭘 하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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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가서 어떻게 자동차에 빠졌나.

▲내가 미국 유학 가서 처음 탄 차가 8기통에 배기량 5.7ℓ 1970년식 포드 ‘LTD’ 모델이다. 너무 멋있었다. 다음에는 쉐보레 콜벳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동차가 좋아서 캘리포니아 전자회사인 필립스를 그만두고 디트로이트 GM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미국에서 살기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척박한 디트로이트로 옮긴다고 하니 주위에서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좋아한다. 전기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았는데 GM 연구소 입사 후 회사 장학금으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기와 전자를 공부한 게 자동차 연구를 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는.

▲세계 최초 학과다. 2007년부터 추진해 2011년 학과를 개설했다. 당시 김종량 총장(현 한양대 이사장)이 적극 지원했다. 미래자동차 핵심기술을 선도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 신입생과 재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대학원 진학 시 등록금도 지원한다. 교과목을 100이라고 하면 40%가 기계, 40%는 IT와 SW, 나머지 20%는 기초과학이다. 전국 상위 1% 인재가 몰린다. 앞으로 글로벌 지도자가 될 재목들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아라. 남들과 다르게 하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추진하라’다. 취미는 농구와 축구, 골프, 미술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애독한다.

선우 교수는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원 전기공학석사, 오클랜드대학교대학원에서 시스템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GM연구원으로 10년간 근무하다 귀국해 1993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자동차공학회장, 아시아태평양지역전기자동차협회장, 한양대 부총장을 거쳤다. 현재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장, 대통령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창조경제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3대가 교육자 집안이다. 할아버지는 교장, 아버지는 교사였고 동생은 교수, 딸도 교사다. 그래서인가. 선우 교수는 인터뷰 도중 직접 칠판에 글을 쓰며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미래 자동차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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