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증권주 낙폭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기부진과 국제유가 하락,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 불안이 심해진 영향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이 거듭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주는 연초 대비 14%가량 하락하며 여타 업종에 비해 하락폭이 큰 편이다. 코스피와 비교해서도 9%P 이상 초과 하락했다.
4분기 실적도 전분기에 비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상반기 대형사 기준으로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던 때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각종 글로벌 이슈로 거래량이 줄면서 이익 수준도 내려갈 전망이다.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홍콩 H지수 하락으로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운용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으며 4분기 거래대금도 8조원 수준으로 전분기보다 15%가량 하락해 수탁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4분기 발생하는 각종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도 늘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8조원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 추세고 고객예탁금은 작년 2분기 이후 20조~22조원대를 유지하며 최근 10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는 등 주변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게 증권가 주변의 시각이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용융자잔고가 6조원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유휴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도 107조원대로 증시 대기자금 상황은 여전히 양호하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계획 대비 축소될 전망이 확산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증시로의 자금유입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전문가들은 증권주 부진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증권주 가치가 2013년 이후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기술적 이익지표도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다. 또 올해 주식매매 거래시간 30분 연장이 논의되고 있어 증권사로서는 수수료 수익 증가라는 호재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21일 한국거래소는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증시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노동계 합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연내 거래시간 연장은 굳어진 분위기다.
30분 연장이 이뤄진다면 연초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 8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6900억원의 거래대금 증가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증권사 수수료 수익은 3490억원이 늘어난다.
증권사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여전히 바닥인 것도 향후 투자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KRX증권업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4배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2013년 이후 평균 0.82배와 비교해도 22.3%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
ELS 관련 손실도 우려와 달리 커지 않을 전망이다. ELS는 만기까지 일정 지수대를 회복하면 약정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로 현재 상황이 모든 투자자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ELS 97%가 2018년 이후 만기도래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직접손실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증권사 직접 손실 규모도 제한적이지만 향후 ELS 평판 감소에 따른 자산관리 분야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