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43>청년 창업 ‘베스트 멘토’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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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청년위원장은 “국회가 1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며 “청년 일자리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청년실업난 해결은 이 시대 난제 중 난제다.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에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청년층 실업률은 9.2%에 달했다. 한국 미래에 적신호다.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을 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KT빌딩 12층 사무실에서 만나 청년 취업난 대책을 들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0일 제3기 청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박 위원장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겸직한다.

-일복이 많은데 업무가 과중하지 않나.

▲체중은 5㎏정도 줄었지만 긍정 에너지를 갖고 생활한다. ‘남을 위한 삶을 산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위원회는 상호 상승하는 관계다. 센터가 창업이나 일자리를 해결하는 야전(野戰)이라면 청년위는 정책과 전술(戰術)을 만들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위원장으로 포부가 궁금하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돈을 벌어도 나름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형이하학적인 삶이다. 2014년부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 일했다. 하루도 쉬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해 이튿날 새벽 1, 2시에 퇴근했다. 창업을 위해 센터에 오는 젊은이를 생각하면 하루도 쉴 수 없었다. 청년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구현 확산에 최선을 다할 각오다.

2013년 12월 12일 열린 창조경제박람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말을 듣고 인생관을 바꿨다. 박 대통령이 “많이 배우고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감전한 듯 감명을 받았다. 이후 창조경제와 결혼했다는 각오로 살기로 했다. 공사석에서 건배사도 ‘창결사(창조경제와 결혼한 사람)’라고 한다.

-겸직인데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나.

▲아침 출근하면 KT빌딩 1층에 있는 센터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12층 위원장실로 올라간다. 청년위 일이 급하면 먼저 처리하고 다시 센터로 내려간다. 왔다 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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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센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나.

▲중학생부터 노인층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창업공간이다. 365일 24시간 개방한다. 현재 센터를 찾는 인원이 월 평균 7000여명이다. 무박2일 토론회도 연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팀을 이뤄 밤새 토론한다. 한국인 열정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최근 헤이딜러 사태를 알고 있나.

▲외국은 기존사업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흐름에 역행했다. 대학생이 개발한 새 비즈니스 모델로 연간 300억원 매출을 올리는데 이를 못하게 한 일은 정부와 국회가 창업을 막는 조치다. 정부와 국회가 바로잡겠다고 했으니 이번 기회가 전화위복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퍼스트 무브(First Move)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신사업을 육성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규제입법한 것은 잘못이다.

-올해 역점 사업은.

▲청년 창업과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다. 청년 창조경제 오감만족 체험단을 운영해 청년 창업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창업 포럼(가칭)과 전국투어 청춘토크, 찾아가는 청년버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청년일자리 만들기 캠페인을 비롯해 능력중심 채용, 벤처·강소기업 설명회로 청년 일자리 확충에 노력할 계획이다.

-대통령에 업무보고는.

▲3개월마다 청와대에서 대면(對面)보고 한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 정부 인사를 만났는데 대통령직속 청년위 이야기를 듣더니 깜짝 놀라면서 “청년문제를 다루는 조직이 자기 나라에는 없다”며 청년위가 그동안 추진한 각종 정책과 성과를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청년실업률은 어느 정도인가.

▲청년실업률은 2000년 들어 7~8% 수준을 유지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9.2%로 높아졌다. 청년 실업난은 우리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올해 일자리 전망은 어떻게 하나.

▲지난해보다 청년 일자리 사정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기업 노동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로 청년 취업이 줄어든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입법이 국회에 계류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 실업난 해소 대책은 무엇인가.

▲창조경제와 유망서비스 사업육성, 규제완화로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 노사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은.

▲1월 임시 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 경제관련 법안 계류로 청년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그 부담은 국민 몫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 법안 통과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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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청년 피해구제나 권익보호 대책은.

▲그동안 청년 권익보호와 피해 실태를 조사해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올해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 캠페인을 벌인다. 5월에 경제단체와 관계부처, 유관기관과 업무 협약도 할 예정이다.

-청년들이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이에 대한 입장은.

▲불필요한 스펙 거품을 줄이고 능력중심 채용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청년위가 100대 기업 입사 지원 실태를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학력과 어학, 자격증 같은 스펙을 요구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위는 능력중심 채용 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선도 기업을 발굴한다. 정부와 기업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능력중심 채용설명회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스펙이 아닌 능력중심 노동시장 생태계 조성에 앞장 설 생각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선순환한다고 보나.

▲지난해 벤처기업 투자는 1조6393억원으로 2010년 이후 최대다. 김기사 같은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등장했고 더벤처스와 프라이머, 퓨처플레이 등 엔젤재투자 모범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수준의 창업벤처 선순환 생태계가 확립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보완해야 할 제도나 정책은.

▲창업자가 기업을 인수합병(M&A) 또는 상장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미국이나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M&A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창업에 성공하나.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미친 듯이 일하면 창업에 성공한다. 남들처럼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더 이상 최선을 다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하고 간절함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창업은 돈 이상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애국과 애민정신으로 지금과 같은 굴지의 대기업을 탄생시켰다.

-기업가 정신은.

▲현실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 창조적으로 해결하고 실행하는 정신이다. 그러자면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600여년 전 세종대왕은 한글창제와 측우기, 해시계 같은 발명품을 만들었다. 창조경제 핵심인 창조성과 배려의 결과다. 이순신 장관은 배 12척으로 왜군 330여척을 물리쳤다. 불굴의 도전정신은 곧 벤처정신이다. 이런 정신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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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역점사업은.

▲창조경제 활성화와 확대를 위한 민간협력 구심역할을 하겠다. 국민이 센터를 많이 이용해 주길 바란다. 중국은 ‘대중 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외친다. 세금과 수수료를 감면해 창업이 활발하다. 중국에 뒤지면 안 된다. 국가 생존을 위해 창업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 추진해야 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우리가 세운 목적이 그른 것이라면 언제든지 실패할 것이요, 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이다”라고 했다. 기업과 정신과 창조경제는 통한다. 나는 ‘목표가 남을 위하고 옳은 것이면 언제가 성공할 것이다. 내가 세운 목표가 옳은 것이면 계속 정진하라’가 좌우명이다. 취미는 독서와 등산이다. 시간이 나면 직원들과 북한산에 오른다.

박 위원장은 방대한 독서량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자가 미래를 움직인다’ ‘창업은 국가생존의 필수요소다’ ‘No red day, No red ocean(빨간 날 없이 노력하면 레드오션 시장에서 벗어난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LG종합기술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1999년 시스템통합(SI) 회사 지엔씨텔링크를 창업했다. 2014년부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 일했고 지난해 12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에 임명됐다. 박 위원장은 3500명 멘토 중 ‘베스트 멘토’로 뽑혔고 지난해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청년에게 ‘이노베이터’ ‘미래의 설계자’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이란 도서를 추천했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