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 도로주행 허용...일본서 6월 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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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에 전시중인 최초의 거울 장착 자동차

1911년 미국 카레이싱대회 인디애나폴리스500 1회 대회에 레이서 레이 하룬(Ray Harroun)이 처음으로 뒤를 볼 수 있는 거울을 경주차에 달고 출전했다. 다른 선수는 거울이 운전을 방해한다며 주최 측에 강력 항의하고 거울을 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레이 하룬은 ‘문제가 없다’는 주최 승인을 받았고 평균 시속 120㎞ 속도로 무난히 우승했다. 이후 후방을 볼 수 있는 거울은 자동차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한 세기전 인상적으로 등장한 자동차 미러가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르면 6월부터 일본 도로에서 사이드미러가 없는 ‘미러리스(Mirrorless)’ 자동차를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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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처음 장착됐던 자동차 미러가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19일 니혼게이자이는 일 국토교통성이 도로운송차량법을 개정해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한 첨단 미러리스 차량이 도로를 주행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모니터 영상이 거울과 동등한 화질로 같은 범위 이상을 비출 것을 조건으로 했다. 승용차와 트럭, 버스 등 사륜차가 대상이며 이륜차는 제외한다. 운전자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모니터는 기존 사이드미러와 룸미러 ‘유사한 위치’에 달도록 했다.

사이드 카메라는 사각지대를 없애주고 공기저항도 줄여 자동차 업계에서 각광 받는 편의장치다. 미국 AAM에 따르면 사이드미러를 없애면 공기저항이 최고 7% 줄어들고, 공기저항이 10% 줄면 연료소모량을 3.2% 줄일 수 있다. 폭스바겐 XL1과 르노 이오랩, 푸조 208 하이브리드 에어 2L, 시트로앵 C4 칵투스 에어플로 2L 등이 사이드미러를 없앴다. 미러리스 차량은 콘셉트카 형태로 선보인 적은 있지만 실제 도로 주행차량은 법규 문제 때문에 등장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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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미러를 없앤 테슬라 모델X 콘셉트 모델

일본 정부 법개정은 자동차 국제 기준을 협의하는 유엔 자동차기준세계포럼(WP29)이 지난해 11월 미러 카메라 대체 사용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WP29는 ‘영상이 거울과 같은 범위와 화질’을 제공하면 사이드 미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사이드 미러와 룸미러 위치에 카메라와 모니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러리스 자동차 공공도로 주행 허용으로 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는 사이드미러 위치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핸들 좌우에 설치한 모니터 화면에 차 후방 상황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각지대가 되기 쉬웠던 대각선 뒤쪽 부분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처리 소프트웨어개발 업체인 몰포와 제휴해 영상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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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콘셉트카 NS4

파나소닉은 스페인 사이드미러 대기업 휘코사·인터내셔널에 출자했다. 파나소닉의 정보기술(IT)과 휘코사 미러 노하우를 융합시킨 새로운 시스템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 기업도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는 미러리스 시스템을 개발한 상태이며 일본 정부 승인을 받으면 현지 자동차 대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발레오는 이미지 처리 속도가 빨라 잔상이 거의 남지 않는 것이 자사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는 것이 불법이어서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이드미러와 룸미러 설치 규제 폐지를 장기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변화 속도가 빠른 자동차-IT 융합 시대에 맞는 창조적 규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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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XL1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