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규제개혁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빈용기 보증금 인상은 내년으로 미뤘지만 파파라치 제도 도입 등 회수체계 개선 작업은 계획대로 착수한다. 주류제조사와 도·소매·공병상인 간 자율책정키로 한 빈용기 취급수수료도 올 상반기 내로 결정한다.
환경부는 오는 21일부터 빈용기보증금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격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빈용기보증금과 제조사가 부담하는 취급수수료를 통해 빈용기 회수와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관리소홀 문제가 제기된 빈용기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지급관리업무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로 이관한다. 지금까지는 주류제조사와 도·소매·공병상 간 직거래했다. 앞으로는 공익법인인 유통지원센터 지급관리시스템에 맞춰 온라인으로 빈용기 정보와 자금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관리된다.
[자료:환경부]
빈용기 회수 활성화를 위해 신고보상제(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 하반기부터 빈병을 받아주지 않는 소매점은 관할 지자체나 ‘빈용기 보증금 상담센터(1522-0082)’에 신고하면, 최대 5만원 보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연간 1인당 10건을 초과해 신고할 수 없다. 소비자가 보증금 대상제품과 금액을 쉽게 알고 반환할 수 있도록 신고보상제와 연계해 재사용 표시도 의무화된다.
[자료:환경부]
빈용기 보증금 인상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소주는 40원에서 100원, 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된다. 당초 보증금을 21일부터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말 규개위 심사결과에 따라 시행시기를 1년 유예했다. 업계 간 취급수수료 인상 협의기간을 감안하고, 소비자 반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을 우선 추진하기 위해서다.
환경부와 주류업계 간 의견차가 발생한 취급수수료 현실화는 주류제조사와 도·소매·공병상 등이 자율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결정한다. 당초 환경부는 현재 소주병 16원, 맥주병 19원으로 책정된 취급수수료를 일괄 33원으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취급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주류제조사 측에서 경영간섭 이라며 규개위에 강력 항의했고, 규개위는 업계 손을 들어 ‘자율결정’ 하도록 환경부에 권고했다.
[자료:환경부]
다만 불가피한 때는 환경부가 개입한다. 자율결정이 불가능해 어느 한 쪽이 환경부에 중재를 요청하면 환경부는 30일 내에 합의하도록 권고하고, 기간 내에 합의되지 않으면 환경부 장관이 취급수수료를 정해 고시하는 절차를 밟는다. 환경부는 주류도매업중앙회 등 유통업계에서 이미 환경부에 중재신청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보증금 인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재기를 막기 위해 제품 라벨(몸체·목)과 바코드를 변경 또는 신설해 신병과 구병을 구분한다. 라벨을 위조해 구병을 신병으로 둔갑시키는 경우 사기죄 등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소비자가 빈용기를 반환하지 않아 남은 약 100억원 미반환보증금도 법적 용도에 맞게 투명하게 집행하고, 집행내역도 유통센터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환경부는 미반환보증금 전액을 소비자 편리성과 품질제고를 위해 무인회수기 확대설치, 회수용 플라스틱 박스·장바구니 보급, 반환 취약지역 방문수거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유승광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주류제조사 용기 재사용이 확대되고 소비자에게는 술값 인하효과가 있다”며 “취급수수료 현실화는 업계 내 갑을관계 등 영향으로 불공정하게 결정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