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8, 19, 27, 34, 10(파워볼)’ 새해 지구촌을 달아오르게 했던 파워볼 당첨 번호다. 1등 상금만 15억8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대략 1조9200억원이다. 지난해 11월 4일 이후 당첨자를 내지 못해 역대 최고 액수였다.
지난주 드디어 당첨자가 나왔다. 현지시각으로 13일이었다. 파워볼은 미국 동부기준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10시59분에 추첨한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날아온 소식이었다.
시차는 있지만 같은 날인 13일 대한민국에서도 역사에 남을 만한 최고치 숫자가 나왔다. 통계청 발표였다. ‘2015년 고용동향’ 자료를 집계하면서 청년실업률이 9.2%라고 공식화했다. 2014년 처음으로 9%를 넘어선 이 후 다시 0.2%포인트(P) 상승했다. 바뀐 통계기준으로 실업률을 집계한 1999년 이후 역사상 최고치 청년 실업률이었다.
미국 파워볼 당첨액과 대한민국 청년 실업률, 전혀 관련 없는 수치다. 억지로 엮자면 같은 날 발표됐다는 점과 역대 최고라는 점 빼고는 서로 도마에 놓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파워볼 당첨소식과 통계청 발표가 오버랩된 데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파워볼은 잠깐이지만 ‘대박’ 희망을 주었다. 반면에 청년 실업률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파워볼 같은 잭팟이 대한민국 청년 일자리에도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창조경제를 포함해서 대한민국 모든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 있다. 일자리 창출 대상도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청년이 핵심이다. 청년 취업을 높이고자 ‘청년실업해소특별법’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같은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막대한 예산도 들이 부었다. 지난해 1조9788억원, 올해 2조1213억원 등 매년 2조원 가까운 돈을 쓰는 게 현실이다.
미래부를 포함한 모든 부처의 우선 과제가 일자리 만들기다. 그럼에도 실업률 수치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교육시스템 개선, 실무 위주 창업교육, 유연한 고용환경, 해외 인력 송출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지만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3년 내내 공들였지만 결국 청년 실업률 ‘현상 유지’도 지켜내지 못했다.
해결을 위한 출발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 낸다. 문제는 기업이 신규 인력을 소화할 만큼 여력이 없다. 국내외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매출과 수익이 반토막났다. 설상가상으로 미래도 안 보인다. 사람은 미래를 위한 투자인데 기업이 움직일 리가 만무하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결국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 창업’이 그나마 해법이다. 정부는 창업 기반을 만드는 데 ‘올 인(All-in)해야 한다. 파워볼에 답이 있다. 파워볼의 선풍적 인기는 어마어마한 상금 액수다. 여기에 2달러라는 값싼 로또 가격, 당첨이 되지 못하더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었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스타기업이 나와야 한다. 잭팟을 보여줘야 한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도 필요하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기회도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열정을 가지고 창업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파워볼 같은 잭팟, 일자리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탁상공론식 정책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강병준 통신방송부 데스크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