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의 보이지 않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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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이 제값을 받는 게 올해 소원입니다.”

한 국내 소프트웨어(SW)업체 대표에게 새해 덕담과 함께 소원을 물었다. 당연히 매출 성장,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예상했지만 돌아온 답은 ‘제값 받기’였다.

SW 제값 받기 문제는 오래된 얘기다. SW 가치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나 스마트폰처럼 타인에게 자랑하기도 힘들다. 편리하면 본전, 불편하면 욕을 먹는다. 공짜라는 인식과 비용 절감 대상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많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보화 예산을 책정하고 감사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인식이 여전하다. 국가정보화 사업에 참여하는 SW업체 사이에서 국가가 합당한 값을 쳐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항상 비용절감 대상이다.

국내 SW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공공정보화 시스템 유지관리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돼 이를 절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실망하는 기업이 많다”고 토로했다.

앱 개발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유명 알람 앱 개발사 대표에게 국내 알람 앱이 해외에서 약진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해외에서 쓸 만한 알람 앱은 유료인 사례가 많다”며 “국산 앱은 대부분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어 해외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무료화로 서비스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은 흔한 전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용한 앱이라면 흔쾌히 지갑을 여는 해외 소비자가 부럽다. 수익화나 무거워지는 서비스 고민 없이 서비스 자체에만 집중하면 된다.

SW산업은 대표적 지식기반 산업이다. 창조경제 핵심 축으로 꼽힌다. 고용 안정화 기여도 역시 높다. 2013년 기준 SW산업 고용유발계수는 11.9를 나타났다. 제조업이 기록한 6.0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갑절이다. 육성해야 할 산업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SW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간단하다. 올바른 SW가치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정당한 제값을 쳐주면 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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