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립교향악단 콘서트홀 건립 부지를 정보통신 사적지에 건립키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홀 건립을 두고 정보통신(IT)역사학회·한글학회 등 관련 학계가 크게 반발했다. 콘서트홀 건립 예정지인 세종로 공원이 정보통신 발상지와 조선어학회 선열을 기리는 역사적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사적지 성격을 지닌 기념탑 이전을 반대하면서 서울시와 학계, 관련 부처 간 마찰이 예상된다.
정보통신역사학회는 이달 서울 세종로 공원에 있는 ‘전기통신 발상지 기념탑’ 이전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친다고 6일 밝혔다. 학회는 “IT 관련 학회와 종사자들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 서울시에 단체 민원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IT 뿐 아니라 세종로 공원 이전에 관련된 한글학회, 문인협회 등과 협력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역사학회는 한국통신(현 KT) 퇴직자와 IT 원로가 활동하고 있다. 한글학회·문인협회 등과 함께 IT 발상지와 세종로 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기념탑은 지난 1992년 우리나라 IT 요람지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세웠다. 기념탑이 있는 장소는 대한제국 시절 농상공부 통신국·한성전보사·한성우체사·통신원이 자리했었다. 일제시대 체신국과 해방 후 광화문전화국·전신전화 건설국 등이 위치해 ‘IT 발상지’라 불린다.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고통받은 애국선열 33인을 기리는 기념탑도 있다. 문인협회도 공원 내 시비·노래비 철거 위기에 콘서트홀 건립을 부정적이다.
역사적 의미를 깊은 세종로 공원 일대가 논란에 휩싸인 건 서울시가 시향 콘서트홀을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 공원을 짓겠다고 발표한 뒤다. 지난 8월 서울시 투자 심사위원회는 콘서트홀 건립 예산 1900억원 가운데 서울시 예산 11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간 투자계획이 구체화되지 않고 경제성도 낮다는 지적에 서울시 의회 문화관광체육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다시 지난달 서울시 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안건은 현재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상정 준비 중이다.
서울시가 시향 콘서트홀 건립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부처와 진통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미 미래창조과학부에 기념탑 이전 협의 공문을 보냈다. 기념탑 이전 관련 미래부 의견을 묻기 위해서다. 한편에서는 기념탑을 설립한 한국통신이 기부 채납했기 때문에 기념탑 소유와 이전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역사학회는 “기념탑 기부 채납에 대한 문서공개 청구를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미래부도 정보통신 역사적 가치가 높은 기념탑 이전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1년 서울시가 20억원 투자해 세종로 공원을 리모델링했다는 것도 예산 낭비 등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부서울청사 관리사무소 등에서도 일조권 침해 등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시 계획에 불편한 기색이라고 알려졌다.
서울시는 “미래부가 기념탑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은 있지만 콘서트홀 설립을 공식 반대하지는 않았다”며 “기념탑을 현재 부지에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건이 통과되면 외교부 등 정부서울청사 요구 사안을 수렴해 설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