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화와 혁신,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할 때

재계 주요 그룹 총수와 전자·통신CEO가 올해 키워드로 ‘선제적 변화와 혁신’을 꼽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전자화에 따라 산업이 변화를 맞고 있다”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주력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사업 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개 그룹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변화’와 ‘혁신’ 단어가 각각 26번, 18번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총수뿐 아니라 전문 경영인도 ‘변화’ 메시지는 분명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주도적 변화 창출’을 제시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사업 변신을, 황창규 KT 회장도 ‘마부정제(馬不停蹄)’를 언급하며 자발적 혁신 의지로 다시 도약하자고 당부했다.

변화와 혁신은 의례 나오는 신년사 메시지로 흘러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무엇보다 안팎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외부에서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불안, 세계경제 저성장 기조, 환율과 유가 불안정과 같은 먹구름이 짓누른다. 내부로는 자동차·전자·화학 등 주력 산업이 신흥국 추격과 선진국 위협으로 이중고에 처했다. 한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고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키워드가 더욱 비장감 있게 들리는 배경이다.

기업 구성원도 변화와 혁신 메시지를 단순히 긴장감을 환기하는 수준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기업 사운을 건 절체절명 목표이자 실천 과제로 이해해야 한다. 현장부터 바꿔야 한다는 기조로 기본부터 사업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관성 때문에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올해도 변화와 혁신을 덕담 수준의 신년메시지로 끝낸다면 더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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