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결산]초저유가·신기후체제 등 격랑의 한해…에너지 뉴노멀 시대로 간다

에너지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초저유가 기조와 원자재가격 하락, 원자력 산업 재기, 파리 신기후체제 선포와 온실가스 대응 에너지 신산업 부각 등 수많은 이슈가 터졌다. 관련 산업계도 숨 가쁜 해를 보냈다. 에너지 전반의 연쇄 가격하락 업종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신산업 등장과 기존산업 재해석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프로슈머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등장했다. 외형적으로 소비자단은 태평성대 시기였다. 유가하락에 더해 가스 가격 인하, 전기요금 동결 등 소비자의 에너지 주머니 사정엔 여유가 생겼다. 새해 에너지 분야는 기존과 다른 룰에서 생존을 구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에너지 뉴 노멀 시대를 대비한다. 우리나라에선 수요자 중심 정책변화로 기업 전략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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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시신산업 토론회` 모습. 이날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분야 19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저유가로 시작된 에너지가격 하락 도미노

올 한 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저유가다. 올해 초부터 산학연관 전반을 달궜던 유가전망 논쟁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저유가 장기화에 국제 원자재 시장도 가격하락 여파를 맞았다. 유가와 연계된 가스는 물론이고 유연탄 등 원료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에너지 저가 기조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표면적으로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하락을 이끌었고 도시가스 요금도 연이어 인하됐다. 전기요금은 당초 개별소비세, 지역자원시설세 등으로 원가 상승요인이 있었지만 국제 유연탄 가격 하락이 방파제 역할을 했다.

전력시장은 연료비 하락에 공급량까지 남으면서 도매시장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대용량 발전소가 대거 계통에 연결되면서 국가 전력수급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시기를 보냈다. 한때 ㎾h당 200원 안팎을 오갔던 전력도매가격은 80원대까지 하락곡선을 그렸다. 덕분에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전력은 전력 구매비 감소로 경영여건을 빠르게 개선했다.

발전 업계는 희비가 갈렸다. 저원가 발전인 원전과 석탄화력이 국가 전력공급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LNG 발전소는 좀처럼 가동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가스 가격은 내렸지만 발전소를 돌리지 못하면서 연료비 하락의 수혜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폭락 수준으로 떨어진 전력도매가격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에너지 분야 일 년을 외형은 어느 때보다 평온했지만 내부의 산업계는 가장 치열했던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숨죽였던 원자력계 난제 실타래 풀다

원자력계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고장과 시험성적서 위조 등 부정 사건으로 얼룩진 시기를 보냈다면 올 한 해는 쌓였던 난제의 해결 실마리를 마련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내다보는 시간이었다. 굵직한 이슈도 많았다.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부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준공, 신규 원전부지를 둘러싼 영덕 주민투표까지 1년을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모든 논란을 미루지 않고 전향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

사용후핵연료와 원전 폐로 등 후처리 분야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원전 산업 전주기 체계 구축을 시작했다. 사용후핵연료는 공론화를 마치고 현재 관리기본계획을 작성 중이다. 새해 특별법을 포함한 핵연료 관련 기본 제도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원전 폐로는 2017년 가동을 중지하는 고리 1호기를 실증플랜트로 해체기술 수출산업화 작업이 준비 중이다.

수출 부문에서도 희소식이 많았다. 대통령 사우디 방문 당시 중소형원전 ‘스마트’ 수출 관련 양해각서를 교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국 협력은 사우디 현지 건설 계획인 중소형 원전 상세설계 추진 협의로 이어지면서 순항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체코와 유럽 원자로 설계표준 공동 대응 등 포괄적 협력이 이뤄지면서 향후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원자력계는 포스트 2020 신기후체제 도래로 원전 위상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 대응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세계 각국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유일한 대안은 원전뿐이라는 판단이다.

◇에너지신산업 1년 이제는 수출모델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에너지신산업’이다. 지난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에너지신산업 대토론회 이후 국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에너지 부문 새로운 생태계 조성의 중심에 서 있다.

수요자원 거래시장, 태양광 대여사업,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형 분산전원, 온배수열 활용, 전기차, 제로에너지 빌딩 등 수많은 기술과 사업모델이 가능성을 타진하며 신시장을 열고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기존 전력수급체계는 대형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고 사용자가 소비하는 단방향 방식이었다. 지금은 사용자도 태양광과 ESS로 전력 생산에 나서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사고파는 시장도 조성된다. 자원을 모으면 하나의 커다란 발전소처럼 분산자원이 되고 과거처럼 대용량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 필요성도 줄어든다.

신재생에너지의 친환경성, 소비자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대용량 전력설비 건설 회피 등의 장점에 정부는 에너지신산업이 향후 신기후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이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괄목할만한 성과도 있었다. 선발주자격인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LNG발전소 5기에 달하는 자원을 모아 전력수요 감축에 동원되고 있다. 대형 사업장과 빌딩 등에 치중됐던 자원도 다가구주택 등 일반 사용자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ESS 모델은 분산전원형 마이크로그리드로 확장돼 가사도, 울릉도 등 에너지자립섬이라는 적용 실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육성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새해 에너지 신산업 수출 산업화를 위한 중소·중견기업 수출 지원 자문단을 운영한다. 수출 금융 패키지도 마련할 계획이다. 5년간 19조원을 투자해 2030년 100조원에 달하는 신시장을 만든다는 목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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