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가격이 급락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2주간 하락세를 이어가 30달러대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물보다 기름값이 싼 상황으로 계속되는 공급 증가에 당분간 초저유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바닥 모르는 국제유가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전날보다 0.12달러 오른 배럴당 32.98달러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소폭 반등했지만 전반적 하락세다. 두바이유는 2008년 12월 31일 이후 7년여 만인 지난달 18일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지난 1일 39.80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현재 30달러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전날 배럴당 32.86달러를 기록했는데 2004년 12월 13일 배럴당 32.75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0.22달러 하락한 배럴당 34.73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 북해산 브렌트유는 0.18달러 내린 배럴당 36.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싱가포르 현물시장 휘발유, 경유 거래 가격은 전일 대비 각각 0.4%, 0.25% 상승한 배럴당 52.15달러, 43.4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석유제품은 정제 설비 증설이 많지 않았고 수요가 꾸준해 원유 급락에도 불구하고 5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물보다 싼 기름값’ 당분간 지속
원/리터 단위로 환산하면 두바이유는 1리터에 245원, 브렌트유는 273원, WTI는 258원이다. 휘발유, 경유 판매가는 각각 388원, 322원. 국내로 눈을 돌리면 최종 소비단계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7일 전국 평균 1427원이다. 세전가는 570원가량이다. 500㎖ 생수 한 병 판매가격이 400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원유는 물론이고 최종 제품인 휘발유, 경유도 물보다 싸다.
당분간 유가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초반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2년도 안 돼 3분의 1 토막이 났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과 미국은 ‘불감산’ 정책을 고수하며 맞불을 놨다. 추세를 감안하면 20달러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기에 이란이 원유 생산을 재개했다. 지난 16일 미국 공화당이 요구한 원유 수출 자율화에 민주당이 응답하며 40년 만에 원유 수출도 가시화됐다. 미국 원유 수출은 당장 증산을 의미하지 않지만 가격 경쟁을 부추길 요인으로 여겨진다.
산업별 기상도는 업종별로 다르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유가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작용해 이익률을 개선했고 당분간 양호한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조선·플랜트·해외건설 업계는 텃밭이었던 해외 시장 대형 수주가 줄어들며 실적을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삼성증권은 최근 ‘2016년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유가가 반등한다면 산유국 감산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생산 감축은 신규 유전 투자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해양유전 개발 등 투자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